에이피알·아모레·달바, ‘감액배당’ 릴레이… K뷰티 주주환원 경쟁

2025-11-10     박재형 기자
달바글로벌은 오는 1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 안건을 의결한다. 감액배당을 위한 사전조치로 주주환원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 사진 제공 = 달바글로벌

K뷰티 대표주자 에이피알과 아모레퍼시픽, 달바글로벌이 잇달아 감액배당을 실시하거나 추진 계획을 내비치며 화장품 업계 주주환원 경쟁이 불붙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배당하는 일반배당과 달리, 자본준비금을 분배하는 감액배당은 개인주주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 유인책으로 활용해 주가 부진을 만회하거나 상승세를 견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은 오는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총 274억원 규모로 전액 배당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주총회 이후 현금 배당 일정을 확정하고 연내 지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식발행초과금이나 감자차익 등 자본 거래로 발생한 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감액배당은 주주가 출자한 금액을 환급받는 것으로 간주해 세법상 비과세 대상이 된다. 회사에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때만 실시할 수 있다. 법인주주가 아닌 개인주주의 경우 원천징수(15.4%)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배당금액의 100%를 수령하게 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최대 49.5%) 대상이 아니어서 추가 세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상장 초기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우려 등으로 주가 부진을 겪고 있는 달바글로벌이 감액배당에 나선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전개해 이러한 불안 요인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달바글로벌의 주가는 8월 장중 고점(24만7500원) 대비 현재 12만원대까지 반토막 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중간배당과 이번 감액배당을 합쳐 배당성향 35%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장기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사주 소각과 함께 다방면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이 회사의 방향성”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에 이어 아모레퍼시픽도 감액배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올해 8월 에이피알에 뷰티 대장주를 내준 아모레퍼시픽 역시 감액배당을 통한 주가 부양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9월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인베스트데이에서 관련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달 6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 공시를 통해 배당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감액 배당을 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감액배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배당의 재원이 되는 아모레퍼시픽의 주식발행초과금은 올해 상반기 기준 72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배당금 777억원(보통주당 1125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감액배당을 단행할 경우 9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5년간 균등 이전·배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감액배당으로 추가될 수 있는 연간 주당 배당금(DPS)은 약 2100~3500원으로 계산된다”고 분석했다.

뷰티 업계 감액배당 선봉장으로는 에이피알이 꼽힌다. 앞서 7월 1343억원에 달하는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 뒤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8월 에이피알이 시가총액 8조원을 돌파하며 K뷰티 대표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틀을 다진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편 감액배당은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내년 초 세제개편과 맞물리며 관련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가 감액배당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해, 상장법인 대주주(양도세 기준)에 한해 보유 주식의 취득가액 초과분에는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개인주주는 세제 개편 후에도 비과세 혜택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어, 앞으로의 감액배당은 실질적인 소액주주 환원 정책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