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M&A]④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 채권단 동의 '안갯속' [넘버스]

2025-11-11     황현욱 기자
/사진 제공=발란, 이미지 제작=황현욱 기자

국내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패밀리오피스 투자사인 아시아어드바이저스코리아(AAK)를 새 주인으로 결정했지만, 실제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몸값이 너무 낮게 매겨져 채권단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티몬 사례처럼 채권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강제인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20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안 심리 및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 예정이다. 발란은 올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4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오픈마켓 기반의 명품 유통 플랫폼으로 한때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3000억원까지 평가됐지만 이후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신뢰가 흔들리며 결국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판매대금은 입점사별로 △1주일 △15일 △1개월 주기로 정산돼왔다.

발란은 조건부 인수자를 미리 정한 뒤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사용했다. 이 과정을 거쳐 발란은 올해 8월 서울에 본사를 둔 AAK와 스토킹호스 계약을 체결하고 이곳을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확정했다. AAK는 부동산과 신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160건 이상 투자한 경험이 있는 전문 투자회사다.

그러나 AAK가 실제로 인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20일 열리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찬성해야 인수가 확정되지만, 인수금액이 22억원에 불과해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발란이 제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채권자 변제율은 5.94%로 채권액 1억원당 약 590만원만 돌려받는 구조다. 

앞서 태성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청산가치는 20억8199만원, 계속기업가치는 -5억6198만원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AAK가 제시한 가격이 청산가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여전히 채권자 입장에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발란의 채권자는 1320명으로 상당수가 입점판매자 등 상거래채권자로 알려졌다. 최대 채권자는 회생절차 전에 투자했던 실리콘투로 채권액은 약 75억원이며 전체 의결권의 2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승인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3 이상, 회생채권자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부결될 경우 회생절차는 폐지되고 파산이나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은 채권자 동의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강제인가를 내릴 수 있다. 티몬이 대표 사례다. 티몬은 변제율 0.76%의 회생계획안을 냈지만 채권자 동의율이 43.48%에 그쳐 부결됐다. 그럼에도 서울회생법원이 강제인가를 결정하면서 오아시스가 인수했고, 티몬은 전체 채권의 96.5%를 변제한 후 지난달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AAK의 인수가는 법원 조사위원이 산정한 청산가치보다 높아 채권자들에게 완전히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액수가 워낙 적어 채권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란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회생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