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최저임금·코로나…홈플러스 무너뜨린 세가지 변곡점 [넘버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경영 실책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산업 구조가 온라인 이커머스로 급속히 이동했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모델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 팬데믹이 수익성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롯데쇼핑(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시장 재편 속에 홈플러스 역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5년 2월 공시 기준 7조526억원에서 지난해 6조991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4차례 영업 적자를 내면서 위기를 겪었다. 겉으로는 외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급격하게 수익성이 하락했다.
2014년 쿠팡 로켓배송의 등장과 성장이 홈플러스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쿠팡 매출은 3485억원에서 41조2901억원으로 폭증했다. 영업손실 5479억원은 400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2023년 1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마트 매출을 넘어섰다.
반면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는 이머커스의 물류와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심지어 2015년 매출 29조5264억원을 달성했던 업계 1위 롯데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13조9865억원을 벌어 들이는데 그쳤고 영업이익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마트는 매출 외형을 늘리며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2023년 영업손실 469억원을 떠안았다. 홈플러스만 실적이 감소한게 아니라 유통사가 모두 어려움을 겪은 셈이다.
두 번째 요인은 법정 최저임금이다. 2015년 시간당 558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30원으로 올랐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오프라인 유통사 입장에선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홈플러스는 급격히 불어난 최저임금과 고정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직원 수를 유지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원 수는 661명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형 유통 3사 중 가장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악재로 작용했다. 오프라인 소비가 급감했고 매장 방문 자체가 제한됐다. 물류비와 운영비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수익 구조는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 패턴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고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이 시기 점포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며 버티기에 나섰다. 2015년 140여 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120여 개로 줄었다. 롯데마트는 해외 점포 철수와 함께 수원영통점, 킨텍스점 등을 매각했고 이마트는 가양점, 성수동 본사, 마곡 부지 등 핵심 부동산을 정리했다.
이마트(트레이더스 제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점포 수는 2015년 각각 148개, 142개, 125개에서 지난해 132개, 126개, 111개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경영 실패로 몰아가는 건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며 "롯데마트, 이마트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위주로 전략을 펼친 대형 유통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