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인가, 키움증권 '부상'…모험자본 25% 제안한 하나증권도 주목

2025-11-11     조윤호 기자
/사진 제공=키움증권

발행어음 시장에 불이 붙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을 대상으로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키움증권이 조달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배정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스타트업 중심의 모험자본 육성 기조와 맞물리면서 키움증권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11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가를 신청한 곳은 키움증권을 비롯해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곳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각 사의 재무건전성, 리스크 관리체계, 자금운용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 절차가 재개된 것은 2017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키움증권은 인가신청 과정에서 조달자금의 4분의1을 모험자본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벤처투자, 혁신기업 지원, 스타트업 인수금융 등 생산적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초대형IB들의 모험자본 운용 비중이 10~1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공격적인 제안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방안은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위는 내년 정책과제로 △모험자본 시장 활성화 △비은행권의 혁신금융 참여 확대 △벤처투자 확대 등을 내세웠다. 키움증권의 제안이 이러한 방향성에 부합해 심사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나증권도 유사한 제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당국에 모험자본 25% 배정안을 내놓으며 인가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벤처캐피털(VC)과의 업무협약(MOU) 체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선제적으로 정책친화적 운용안을 내놓자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단기채권으로 고객 예탁금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조달수단이자 초대형IB 비즈니스의 핵심 축이다. 조달자금은 기업금융, 인수금융, 벤처투자 등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인가를 받을 경우 자금조달 구조 다변화와 수익 기반 확충이 가능하다.

현재 당국은 각사의 보완자료를 검토하며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본적정성,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체계, 자금운용 계획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꼽힌다. 인가 결과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 절차가 단순한 조달수단 확보를 넘어 각 사의 중장기 사업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특히 모험자본 투자 확대가 심사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정책부합성과 혁신금융 참여 의지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험자본 확대를 강조하는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 정책기여도나 운용구조의 혁신성이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며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이 제시한 '25%룰'이 심사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