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시험대]③ 신한금융 이사회, 절차적 모범…'독립성' 평가는 엇갈리나

2025-11-11     류수재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그래픽=박진화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신한금융 이사회는 차기 회장 경영승계 절차를 이례적으로 조기 개시했다. 이사회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현직 회장을 포함한 후보군을 얼마나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곽수근 위원장과 윤재원, 배훈, 김조설, 최영권 등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모두 9명으로 회추위 구성원을 뺀 나머지 4명은 이용국, 송성주, 양인집, 전묘상 이사다. 진 회장이 회장이 된 2023년 3월 이전에 윤재원, 곽수근, 김조설, 배훈, 이용국 이사가 선임됐고 송성주, 최영권, 양인집, 전묘상 이사는 이후에 임명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참호 구축'을 지목하며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측근을 심어 인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 경고했지만, 신한금융은 이 같은 지적사항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실정이다. 진 회장 임기가 시작되기 이전의 사외이사들이 대거 선임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임 평가의 핵심 기구인 회추위(5명)에서도 4명(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재원)은 진 회장 취임 이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정리표 /그래픽-류수재 기자

다만 이사회의 실질적인 독립성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추위 위원 5명 가운데 최영권 이사를 제외한 4명의 이사가 2025년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임 안건은 진 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하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주총에 상정됐다. 결국 '진 회장 체제' 아래에서 재신임을 받은 사외이사들이 현재는 거꾸로 진 회장의 연임 여부를 심사하게 된 상황이다.

금융권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상호 재선임'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직 CEO의 신임을 받은 이사회가 수년이 흐른 현재 다시 그 경영진을 심사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뜻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의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곽 위원장에 권한이 집중된 점도 이사회 지배구조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곽 위원장은 회추위 위원장인 동시에 이사회의 핵심 견제 기구인 감사위원회 위원장,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 정신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라며 "모범규준은 '이사의 역할 분산과 권력 견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모범규준에 따라 승계 절차를 CEO의 임기 만료 6개월 전에 개시하는 등 '절차적 모범'을 보였다. 곽 위원장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경영승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승계 절차에서 신한금융 이사회는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실질적인 독립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모범규준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승계절차와 후보군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를 명시하고 있다"며 "또 선임 절차에서 재무 전문가, 내부전문가 및 외부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