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딜 인사이드] 파인테크닉스, 새 주인에 '오르비텍'…유증·CB 동원 '눈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기업 '파인테크닉스'가 우여곡절 끝에 새주인을 맞았다. 예정됐던 인수합병(M&A) 계약 무산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오르비텍’이 경영권 지분을 떠안기로 했다. 구주 양수도 외에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거래도 함께 진행된다. M&A 과정에서 움직이는 자금만 300억원에 달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인테크닉스의 최대주주 ‘코데스’와 오너일가는 오르비텍에 경영권 지분 507만751주(29.84%)를 259억원에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거래가격은 4930원으로 최근 1개월 평균 종가와 비교해 297.6%의 프리미엄을 제공했다.
당초 파인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파인테크닉스를 미술품 경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엄진성씨에게 매각할 계획이었다. 총 280억원에 파인테크닉스 매각을 타진했으나, 돌연 5월 계약을 취소했다. 인수자 측의 잔금 마련 지연과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가 겹치며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파인그룹은 당시에도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르비텍의 등장이다. 오르비텍은 유석우 회장이 개인회사인 ‘성진홀딩스’를 통해 지배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아스트가 2021년 유 회장에게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오너십이 바뀌었다. 당시 유 회장은 경제적 공동체인 엔포인트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34억원을 투입해 오르비텍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오르비텍의 경우 자금조달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43억원에 불과하지만, 올해 3월 만기 전 취득한 CB를 재매각하면서 11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달 6일 10억원 규모 소액 유증도 결정해 대금 수령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오르비텍은 이번 M&A에 유증을 동원하기로 해 주목된다. 클로징 이후 확보할 지배력 일부를 저렴한 신주로 취득해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50억원 규모의 파인테크닉스 유증에 참여해 신주 360만2306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주당 발행가격은 기준주가에 10% 할인율이 반영된 1388원으로 구주 매입가격보다 3542원 낮다.
여기에 매도자 측을 대상으로 한 CB 발행도 추진한다. 코데스와 파인디앤씨에 50억원 규모 CB를 주기로 했다. 인수대금 일부를 CB로 대용 납입하는 형태다. 구주 매입에 투입할 현금을 50억원 아끼는 한편, 추가적인 인수금융을 일으키지 않음으로써 당장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향후 CB 투자자로 지위가 바뀐 매도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의 자기자본(자본잉여금)이 증가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오르비텍은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관리와 방사성폐기물 규제해제, 방사선 계측 및 가동중(ISI) 사업, 항공기용 정밀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사업부는 크게 △원자력발전소 시설 관리 △가동중검사(ISI) △항공으로 나뉜다. 이중 60%가량이 원자력 관련 사업부문에서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M&A의 전략적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는 방사선 차폐 및 감시 환경에서 요구되는 특수 조명 기술 확보가 주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원전 내부나 방사성폐기물 처리 구역처럼 일반 조명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파인테크닉스의 LED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다.
파인테크닉스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역시 이번 M&A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오르비텍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홍콩, 파라과이, 필리핀, 멕시코, 인도, 일본 등 글로벌 거점을 보유한 파인테크닉스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딜 클로징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음달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됐다. 해당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과 감사 선임 등 안건이 다뤄진다. 안건 내용을 통해 새 경영진 인적 구성과 성장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르비텍의 파인테크닉스 인수는 유석우 회장 의지로 추진된 딜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적지 않은 투자 활동을 벌여왔던 만큼, 이번 인수 또한 포트폴리오 확장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