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올인’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

2025-11-12     최경미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주식 전량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가 챗GPT 개발사 오픈AI 등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11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보유하던 엔비디아 주식 전량인 3210만주를 58억3000만달러(약 8조50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 지분 일부도 91억7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엔비디아와 T-모바일 지분 매각과 함께 오픈AI 보유 지분 가치 상승에 힘입어 소프트뱅크의 회계연도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옵션과 수단을 통해 안전한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지분 매각이 ‘자산 현금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반도체, 대규모언어모델(LLM), 로보틱스 등 AI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오픈AI 외에도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퍼플렉시티 AI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AI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토는 “이번 실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해 9월 오픈AI에 처음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공정가치 기준 5000억달러인 오픈AI의 최근 기업가치는 세계 최대 수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제전문 매체 CNBC가 인용한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T-모바일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ARM의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 모두 오픈AI에 대한 225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현금원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자금은 ABB의 로봇 부문 인수를 비롯해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엔비디아 지분 처분이 AI 관련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자본화와 오픈AI에 대한 225억달러 투자 이후 소프트뱅크의 오픈AI 지분율은 기존 4%에서 11%로 늘어날 예정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실적과 향후 기업가치에 따라 추가 투자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지배지분에 해당되는 40% 이상은 보유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한차례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약 40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취득했다 2019년 1월에 이를 모두 처분했다. 이후 2020년부터 다시 소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분을 늘려왔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엔비디아 기술에 의존하는 여러 AI 사업에 참여 중이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롤프 벌크 주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가 엔비디아에 대한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으로 해석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소프트뱅크가 10~12월 분기 동안 오픈AI에 대한 225억달러, 암페어에 대한 65억달러의 투자를 포함해 최소 305억달러의 투자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벌크는 “이는 한 분기 만에 지난 2년 동안의 총 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모닝스타의 댄 베이커 애널리스트도 이번 조치가 소프트뱅크의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이번 매각이 엔비디아에 대한 의견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결국 그 자금을 다른 AI 관련 기업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증시에서 AI 거품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지난주 소프트뱅크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고토는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고 있다”고 인정하는 한편 “가능한 한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이날 상장 주식의 4대1 액면분할 시행을 발표했는데 고토는 이 또한 주주들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