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그널? SK쉴더스 역합병 소식에 '촉각' [넘버스]
SK쉴더스가 모회사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를 역합병하기로 결정했다. KSH의 최대주주인 스웨덴 사모펀드(PEF) EQT의 리파이낸싱으로 채무가 옮겨가 치솟은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 구조를 다잡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행보가 인수금융의 무게를 떠안은 뒤의 결단인 만큼 새 주인을 맞기 위한 몸단장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속내를 읽으려는 시장의 셈법이 분주하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오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모회사인 KSH와의 무증자 방식 역합병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총을 총과하면 합병법인은 SK쉴더스로 존속하며, KSH는 해산한다. 합병은 12월 30일을 기일로 진행되며, 합병등기는 다음날인 12월 31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결정에 따른 지배주주 지분율 변동은 없다. 합병비율은 SK쉴더스와 KSH 1대1.6753406으로, KSH 주주들은 보유 지분 비율에 따라 SK쉴더스 주식을 교부받게 된다. SK쉴더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KSH는 EQT의 특수목적법인(SPC) Soteria Bidco SCSP가 지분 68%를, SK스퀘어가 32%를 보유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EQT가 리파이낸싱을 진행한 이후라 더욱 주목된다. 앞서 EQT는 올 5월 SK쉴더스를 2023년 인수 당시 조달했던 인수금융의 금리를 7.6%에서 5.1%로 낮춰 대출 조건을 바꾸는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SK쉴더스의 부채비율은 25배 넘게 치솟았다. 리파이낸싱과 동시에 KSH 명의로 있던 인수금융 채무를 SK쉴더스로 이관했기 때문이다. SK쉴더스의 부채비율은 올 6월 말 기준 873.5%로, 올 3월 말 33.8%에 비해 25.8배 확대됐다.
이는 신용등급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6월 자체 재무부담 확대 등을 이유로 SK쉴더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자체는 'A'로 유지됐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합병 결정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SK쉴더스는 잉여이익금 2조3600억원을 KSH에 배당했는데, 합병하게 되면 다시 SK쉴더스의 자본으로 편입돼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합병 후 정확한 부채비율에 대해선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정확한 부채비율은 회계절차가 남아 있어서 12월 말쯤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역합병 결정이 리파이낸싱 이후 내려진 만큼 재무정비 그 너머의 해석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모펀드의 리파이낸싱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과정이자, 향후 매각(엑시트)의 한 단계로 이어지는 절차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펀드 운용 방식이기도 해, 당장 매각 신호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EQT가 더존비즈온을 품으면서 SK쉴더스와의 시너지를 펼칠 거란 시각도 공존해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다.
회사 측은 매각과 관련한 내용에 일축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현재 매각 등 논의된 바 없으며, 정해진 바 없다"면서 올 6~7월 떠올랐던 분할 매각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리파이낸싱이 매각의 신호가 될 수도 있지만, 시점은 전적으로 운용사 판단에 달려 있다"며 "펀드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이나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