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시험대]④ 이사회 중심 구조 정착한 우리금융…임종룡 연임 '대세론'
우리금융그룹이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며, 지배구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사회 구성 변화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 방식이 맞물리면서, 독립성과 절차적 정합성이 동시에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와 견제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안착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논의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사외이사가 후보 탐색과 검증 단계에 직접 관여하면서 절차적 투명성과 이사회 중심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특정 주주나 위원장의 성향이 임추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구조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비중이 줄었다는 점이다. 단순한 수적 조정이 아니라, 이사회 내 특정 주주의 영향력이 완화되고 사외이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략·리스크·내부통제 관련 안건이 보다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논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의 방향성과도 일치하는 변화다.
이강행 임추위원장이 다른 위원장 직책을 겸하지 않고 임추위원장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복수 위원회의 수장을 맡지 않음으로써 이해충돌 우려를 줄이고, 인사 절차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강행 위원장이 임추위원장 직무에만 집중함으로써, 후보 검증 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임추위의 전원 사외이사 체제와 맞물리면서 회장 선임 절차의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의 축은 한층 선명해졌다. 현재 이사회 내 사내이사는 임 회장 한 명뿐이다. 단일 사내이사 체제는 내부 권한 충돌이나 계열 간 이해관계 개입 여지를 줄이고, 회장의 전략적 판단 아래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견제·토론하는 전형적 이사회 중심 경영 모델을 가능케 한다.
이사회 내 변화는 내부 견제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은 상태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기능이 제도화되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그룹 내 이해관계나 외부 요인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 구조로 정착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의 성숙도 측면에서도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우리금융을 두고 '지배구조의 중심축이 이사회로 이동했다'는 표현을 쓴다. 2019년 민영화 이후 이어져 온 구조적 과도기를 마무리하고 이제는 제도적 자율성과 책임경영의 토대 위에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사회 중심 구조의 정착은 전략 일관성과 자본정책의 예측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 환경 변화가 잦은 시기일수록 절차의 안정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임추위 전원 사외이사 체제는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회 중심 경영의 원칙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8.72%)이라는 점도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정성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특정 기관이나 정부가 아닌 직원 집단이 지분을 보유한 구조는 이해 상충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 기업가치 중심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금융권에서는 단기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우선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결국 임 회장의 연임 논의는 단순한 성과 중심의 판단을 넘어, 지배구조의 성숙도와 절차적 신뢰 위에서 판단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와 지배구조 두 측면 모두 안정 구간에 들어선 만큼,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고히 정착된 지금의 구조가 임 회장의 연임 명분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