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복귀작 '남극의 셰프' 방영 확정, "판단은 시청자 몫"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방송 복귀에 대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MBC가 편성 보류 없이 ‘남극의 셰프’ 방영을 확정했다. 이미 투입된 제작비와 편성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그의 방송 출연이 가맹점주에게 미칠 영향은 시장의 평가에 맡기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11일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방영될 예정인 ‘남극의 셰프’에서 백 대표의 출연분량을 삭제하거나 편성을 보류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원산지표시와 농지법 위반, 위생 문제 등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에 제기된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논란의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더본코리아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 3000여개 가맹점 중 일부 브랜드의 점주 5명이 주도한 의견일 뿐”이라며 “이를 전체 점주의 목소리처럼 포장해 방송 편성을 흔들려는 시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여론몰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그 피해는 결국 다수의 점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극의 셰프’는 백 대표를 비롯한 출연진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대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과정을 담은 교양 프로그램이다. MBC와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X+U’가 공동 기획했으며 지난해 11월 촬영을 시작해 제작을 마쳤다. 당초 올해 4월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백 대표의 방송 복귀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5월 본인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가맹점주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해외 소스 기업간거래(B2B) 시장 개척 등 경영활동에 집중했다. 그러나 ‘남극의 셰프’에 이어 12월에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 공개가 확정되며 약 반년 만에 돌아오게 됐다.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방송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매몰비용 발생과 법적·경영상 부담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상황에서 편성이 무기한 연기될 경우 투입 비용은 회수가 어려운 손실로 고스란히 방송사에 남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남극의 셰프'에 수십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출연진 이동, 장비 운송, 현지 체류비용 등으로 상당한 제작비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흑백요리사2’ 역시 시즌1과 유사한 제작 방식이 적용된 만큼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이 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구나 편성이 무산될 경우 손실은 계약·광고·운영 등 방송사 전반에 복합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 MBC는 공동기획 파트너인 LG유플러스와의 계약상 위약금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남극 촬영 과정에서 협업한 각국 과학기지 관계자와 협력 파트너뿐 아니라 백 대표를 포함한 출연진과의 계약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편성 보류가 장기화되면 프로그램과 광고는 물론 내부 인력 배치와 제작 스케줄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연말처럼 광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타 프로그램 편성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전체 전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최종 판단은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에 달렸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가협은 방송 출연이 가맹점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실제로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는지는 향후 가맹점 실적 등에서 검증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흑백요리사’ 제작진 역시 시즌2 공개 강행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있더라도 방송이 흥행하면 브랜드 인지도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더본코리아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방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는 소비자 반응이라는 현실적인 바로미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