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⑨ 'ESG위원장' 윤종수, 환경 전문성으로 차기 CEO 검증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주도할 사외이사진 가운데 윤종수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차관을 지낸 전문관료 출신의 환경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년간 환경부와 국제기구에서 활동한 경험이 두드러진다. 다만 과거 정부 고위직과 대형로펌 고문 이력 등으로 선임 당시에는 외풍 및 독립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 사외이사는 차기 CEO 후보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관리 역량은 물론 이사회의 공정성 및 절차적 투명성에 대한 감시자 역할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환경 전문 관료 출신…정치색 논란은 적어
윤 사외이사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줄곧 환경 분야에서 일한 전문 관료다. 국가보훈처에서 공직을 시작했지만 1990년 환경청이 환경처로 개편되면서 자리를 옮긴 후 환경부에서 환경정책을 맡았다.
특히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을 지내며 국제협력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환경부 법무담당관, 폐기물자원국장, 자원순환국장, 상하수도국장, 기후대기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7월에는 차관으로 발탁됐다.
차관에서 물러난 뒤 최근까지도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원장,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 등 국제기구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이에 따라 환경 분야에서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와의 접점도 있다. 윤 사외이사는 2022년부터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이 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정부와의 교류가 불가피하다. 다만 기후변화·탄소중립이라는 기술 영역에서 전문성을 살린 자문 역할에 그쳐 정치색에 대한 논란은 제기되지 않았다.
윤 사외이사의 또 다른 정체성은 김앤장 고문으로 2019년에 영입됐다. 환경 규제와 법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가 김앤장 영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윤 사외이사는 김앤장 고문으로 환경, 특히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 폐기물, 환경분쟁 등에서 폭넓은 자문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앤장 소속이라는 점이 KT 사외이사 선임 당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2023년 6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윤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김앤장이 KT와 현대자동차 간 지분 맞교환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KT에 177억원 규모의 법률 자문과 컨설팅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윤 사외이사가 이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받아들여지며 주총에서 선임됐다.
2023년 거버넌스 위기 후 선임…전문성 강화 차원
KT는 2023년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려 했다. 윤 사외이사는 이런 맥락에서 선임된 인물이다. 이사회는 윤 사외이사를 "환경부 행정관료로 30년간 근무하면서 환경부 차관, 유엔대표부 참사관,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 원장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ESG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윤 사외이사는 선임 당시 직무수행계획에서 'ESG 전문가로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분야, 그리고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KT의 ESG 중심 경영 추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환경뿐 아니라 KT의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및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리 감독해 KT가 ESG 선진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사외이사는 선임 직후인 2023년 7월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김영섭 대표의 선임을 주도하며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KT의 디지털혁신 기술 기반 ESG 경영활동도 이끌었다.
현재 윤 사외이사는 KT의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는 지배구조위원회, ESG 경영을 다루는 ESG위원회, 미래 투자 관련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미래투자위원회 소속이다. 특히 ESG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환경 전문가 경력을 가진 그가 KT ESG 경영에 직접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차기 CEO 후보군 구성부터 최종 1인 선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