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가능성 높인 이유 셋

2025-11-13     김홍준 기자
서울 중구 케이뱅크 사옥 전경 /사진 제공=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선다.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기업공개(IPO) 일정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두 차례 철회를 겪은 기업의 재도전이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적, 시장, 전략이라는 세 요인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면서 상장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13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34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2년 연속 1000억원대 순이익을 지키며 인터넷은행 가운데서도 드문 '안정 구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고객 수는 1500만명을 넘어섰고, 수신 잔액 30조4000억원·여신 잔액 17조9000억원으로 각각 38.5%, 10.3% 늘었다. 단순 이용자 확대가 아니라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동시에 형성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 구조도 바뀌었다. 초기 인터넷은행 성장은 가계대출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성장 축을 전환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누적공급액은 3조원을 넘어섰고,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최근에는 부동산담보 기반 기업대출이 성장을 이끌며 개인사업자 고객이 1년 만에 200만명까지 늘었다. 산업·서비스 전반으로 수익 다변화가 확장되고 있는 흐름이다.

비이자이익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3분기 비이자이익은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수익 증가, 가상자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펌뱅킹 수수료 개선, 플랫폼 광고 및 대출 비교 서비스 수익 확대 등이 동시에 반영됐다. 

정보기술(IT) 투자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일반관리비가 늘어나며 분기 순익이 다소 조정되기는 했지만, 호실적 흐름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은행업 특성상 일정 기간 비용 증가가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구조적 성장 기반이 강화됐다는 해석이 많다.

건전성 지표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3분기 연체율은 0.56%,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4%로 각각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01%를 기록하며 규제 기준을 웃돌았다. 인터넷은행 특성상 고객 확대와 여신 성장 과정에서 리스크가 확대되기 쉬운데, 이번 지표는 성장과 건전성이 동시에 확보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케이뱅크의 최근 분기별 순이익 및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실적에 더해 시장 환경 역시 케이뱅크의 IPO에 우호적이다. 코스피가 4000선 안팎으로 오르며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고, 몇몇 대형 공모주 흥행이 이어지면 기관 수요예측 시장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케이뱅크가 앞서 상장을 시도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환경이 전반적으로 달라졌다. 당시에는 고금리·경기 둔화·핀테크 기업가치 하락이 겹치며 인터넷은행 모델에 대한 시장의 할인 요인이 컸지만, 현재는 성장 섹터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든 상황이다. 오히려 은행형 수익 구조와 플랫폼 확장성을 결합한 인터넷은행의 사업모델이 다시 재평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실적과 시장 흐름에 이어 케이뱅크가 추진 중인 성장 전략이 맞물리면서 상장 기대감을 키우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1막이 예금·대출 플랫폼 경쟁이었다면, 케이뱅크는 기술·데이터 기반의 확장 모델을 2막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상담, 앱 내 다국어 자동 번역 기능 등을 도입하며 외국인 고객 저변을 넓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연장하며 디지털자산 기반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대출 확대, AI 전환, 디지털자산 리더십 강화를 통해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부동산담보대출 담보종류 확대, 보증대출 채널 다변화를 추진한다. 이번 IPO를 단순한 자본 확충이 아니라 사업 모델 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리더십도 IPO 스토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취임 이후 흑자 전환, 기업대출 확장, 비이자이익 다변화, AI 전환 등을 일관된 전략으로 이어오면서 조직의 방향성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12월 임기가 마무리되는 최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내년 진행될 상장 일정과 맞물리며 투자자의 심리 안정 요소로 작용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업대출 중심의 외형 성장, 1500만 고객 확보, 건전성 개선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생산적 금융 실천과 디지털자산 혁신, AI 전환으로 성장 속도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