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모니터] 정은경號, 의료계 소통 인물 전진 배치…의료개혁 추진
보건복지부가 의료정책 핵심 보직에 의료계 협상 경험이 풍부한 관료 두 명을 동시에 앉혔다. 복잡한 의료개혁 현안을 앞두고 의료계와의 조율력을 강화하려는 정은경 장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개혁추진단장 손영래·정책실장 정경실 임명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이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손영래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이 의료개혁추진단장으로 각각 보직을 맡았다. 두 사람은 전날(12일) 단행된 실장급 승진 및 보직 인사에 따라 이날부터 새 직무에 공식 배치됐다.
두 사람 모두 복지부 내 의료정책 관련 실무를 일관되게 수행해온 관료다. 손 단장은 의료계 협상 등 현장 대응력이 강하고, 정 실장은 보건의료정책 등 제도 설계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손영래 신임 단장은 2002년 복지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공의료과장, 보험급여과장, 의료자원정책과장, 청와대 파견, 예비급여과장, 대변인, 의료보장심의관 등 의료정책·보장성·의료자원 분야를 폭넓게 맡아왔다.
정경실 신임 정책실장은 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40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요양보호제도과장, 사회정책선진화담당관, 의약품정책과장, 보험정책과장, 보건의료정책과장, 노인정책관 등 복지부 의료·보건복지 라인을 두루 경험했다.
의료개혁 본격 추진 신호
정은경 장관 취임 이후 의료정책 라인에서는 보험급여과장·의료인력혁신과장 등 국·과장급 인선이 일부 이뤄졌지만 실장급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사회복지정책실장 인선으로 복지 라인 개편이 마무리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의료개혁추진단과 보건의료정책실 등 의료정책 사령탑 진용이 정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정 장관이 줄곧 강조해온 의료개혁을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에 올리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연말로 예고된 의료개혁 로드맵 발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7월 취임 직후 국민 중심의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의료계와 신뢰 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9월 첫 정책간담회에서도 '지·필·공(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와 응급의료 공백 해소,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임기 과제로 제시했다.
두 사람 모두 의료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꾸준히 맡아온 인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손 단장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복지부 대변인으로서 의사단체·병원계와의 접점을 넓히며 갈등을 조정해왔다. 정 실장 역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케어) 추진 과정과 최근 의료현안협의체를 실무 단장으로서 이끌며 의료계와 마주 앉아온 경험이 쌓여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이나 수가 개편 등 현 쟁점을 둘러싼 의료계 조율을 두 인사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임호근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관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인사로 국정감사 이후 시간차를 두고 재편됐다"면서 "손 단장과 정 실장 모두 의료계와 활발히 소통을 이어온 인물이기도 하지만 추진력 역시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