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 협력' 본격화 LG·벤츠…조주완 사장 "전장·배터리서 빅딜 기대"

2025-11-13     권용삼 기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회동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벤츠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전장 제품들과 배터리 쪽에서 빅딜들이 일어난 것 같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가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회동한 뒤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LG 계열사 CEO 총출동…'원 LG' 기반 시너지 강조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이날 오후1시30분께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나 벤츠와 LG의 자동차부품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솔루션 협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조 사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을 비롯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LG그룹의 전장사업 관련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벤츠 측에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CEO 등이 함께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는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비롯해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통한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등 벤츠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양사의 파트너십이 다뤄졌다. 특히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각 회사는 자사의 차세대 솔루션을 소개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CEO, 올라 칼레나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가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회동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조 사장은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도전적인 글로벌 산업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며 "특히 미래의 핵심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LG는 그룹 전반적으로 벤츠와 큰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의 기술역량이 벤츠가 LG를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칼레니우스 회장은 "LG는 벤츠가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찾는 파트너 중 하나"라며 "LG처럼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화답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파트너"…전장 4社 차세대 솔루션 협력 강화

LG그룹에서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4개 회사는 내연기관차, 전기차, SDV 등을 아우르는 차별화된 솔루션을 바탕으로 벤츠와 오랜 기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먼저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SDV 전환의 핵심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며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시보드 전체를 곡면 형태의 파노라믹 스크린으로 구현한 올레드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프리미엄 전기차인 EQS 모델에 탑재했다.

LG디스플레이도 2020년부터 벤츠에 차량용 플라스틱(P)-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해 차별적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을 기반으로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곡면 디자인이 가능한 P-OLED는 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에도 도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모듈, 라이다(LiDAR), 레이다(Radar) 등 자율주행센싱 분야에서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이 올해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차량 내 경험의 재정의'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칼레니우스 회장은 "벤츠는 전략적인 공동 파트너십이 차세대 차량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LG와 함께 벤츠의 혁신, 품질,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 사장은 "사용자경험 중심의 가치 제안, 통합 SDV 솔루션 포트폴리오,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신뢰도 등 전장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벤츠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 가전제조사를 넘어 최근에는 전장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대하며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B2B사업의 핵심 축인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해 매출 2조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로 분기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는 수주 확대로도 이어졌다. 2023년 LG전자는 처음으로 전장사업 수주잔액 100조원을 돌파한 뒤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 사장은 "매출이 일어나면 수주금액이 줄겠지만 그보다 큰 수주들을 달성해 더 성장할 것”이라며 "아직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안정화될 경우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