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MNO·AI 양대 CIC 체제 개편…해킹사태 이후 '신뢰 회복' 본격화

2025-11-13     이진솔 기자
서울 중구 SKT 사옥 전경 /사진 제공=SKT

대규모 해킹사태로 신뢰가 흔들린 SK텔레콤(SKT)이 전면 조직개편에 나섰다. 통신(MNO) 사업과 인공지능(AI) 사업을 각각 독립된 사내회사(CIC)로 분리하며 사업 특성에 맞는 전문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재헌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으로 MNO 부문은 고객신뢰 회복에, AI 부문은 실질적 성과창출에 역량을 집중한다. 임원 규모를 줄이며 책임경영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SKT는 13일 MNO와 AI를 양대 축으로 한 CIC 체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정 CEO가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대규모 쇄신이다. 한명진 전 SK스퀘어 대표가 MNO CIC장을 맡고, AI CIC는 정석근·유경상 공동 CIC장 체제로 개편된다.

MNO CIC는 올해 유심 해킹사태로 잃은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케팅 조직을 상품·서비스와 영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기술지원 조직을 현장에 배치해 솔루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네트워크 부문은 인프라자동화·디지털전환(AT·DT) 실행조직으로 구성하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AI CIC는 실적 개선에 무게를 실었다. 사업 영역을 에이닷 중심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AI, 인더스트리얼 및 AI·클라우드를 아우르는 B2B AI, 메시징·인증을 담당하는 디지털플랫폼, 데이터센터 사업을 총괄하는 AI DC 등 4개로 정비했다. 기술 영역은 플랫폼 개발과 AI 모델 개발로 이원화했다. 특히 팀 단위 조직을 프로젝트 방식으로 운영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인사에서 SKT는 책임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임원 규모를 '강소화'하며 실행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중용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인사를 실시해 조직 유연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연공서열보다 성과 중심 인사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올해 SKT가 겪은 위기가 자리한다. 올해 4월 전체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사고가 발생한 뒤 유영상 전 대표가 물러났다. 이후 법조인 출신인 정 CEO가 10월에 신임 대표로 선임되며 쇄신이 이뤄졌다. 정 CEO는 AI 신사업 성장과 더불어 MNO 사업에서의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게 됐다.

정 CEO는 "CIC 체제는 MNO와 AI 등 각 사업의 특성에 맞춘 최적의 업무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를 토대로 MNO 사업은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AI 사업은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