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현대건설 CFO, 재무 불확실성 속 '주식 매집' 책임경영 의지
이형석 현대건설 재경본부장(CFO·전무)이 책임경영을 위해 회사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이 CFO는 현대건설이 3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대대적인 재무 변화를 예고한 후 선임된 재무·금융 전문가다. 올해 잇단 악재로 현대건설의 재무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CFO가 책임경영을 위해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10주 매집 1억3060만원 투입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CFO는 7월1일 선임된 뒤 장내매수를 통해 현대건설 주식을 매집해왔다. 7월에만 8513만3100원을 들여 1140주를 모았고 이후로도 매월 주식을 사들였다. 이달 7일 기준으로 총 1910주를 1억3060만1100원에 매입했다.
이 CFO는 6월 말 현대자동차그룹 비정기인사에서 현대건설의 변화를 이끌라는 특명을 받고 온 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CFO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했다. 2004년 현대캐피탈 재무기획팀에 입사해 재무실장, CFO 등 요직을 거친 재무·금융통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 관련 금융 서비스를 맡은 현대캐피탈의 임원이 건설사로 전출된 배경에는 현대건설의 변화가 있다. 현대건설은 3월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창사 이후 첫 CEO 행사를 개최했다.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창의·혁신 정신을 이어받아 건설산업의 길을 열어간다는 포부로 재무목표, 재무전략, 주주환원 등 세 가지 방향을 발표했다.
재무목표는 연결기준 2030년 수주·매출 40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8% 이상 등이며 재무전략은 에너지 산업 중심의 성장, 포트폴리오 최적화, 수익성 기반의 체계 구축 등이다. 이밖에 주주환원으로 2025~2027년 총주주환원율(TSR) 25% 이상. 최소 1주당 배당금을 800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변화를 예고한 첫해부터 험로에 빠졌다.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연간 가이던스의 절반을 밑돌아 하향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23조28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2.32%에 불과했다. 2030년 재무목표 달성을 위해 점진적으로 개선세를 보여줘야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CFO는 목표 도달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서도 주식을 매집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임원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대내외에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부양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CFO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밸류에이션 상승과 주가 안정에 기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지된 성장 모멘텀 실적 개선될까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실적이 부진했으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높이 유지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불가리아 대형원전 본계약을 비롯해 홀텍 펠리세이드 소형모듈원전(SMR) 착공, 페르미아메리카 대형원전 본계약 등 원자력 수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또 각 사업부의 마진이 개선되고 있어 재무목표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CFO는 현대캐피탈의 해외사업관리와 재무기획, 금융조달 분야에서 활약하며 견고한 재무구조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8월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돼 앞으로 1년6개월 동안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현대건설 이사회는 이 CFO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현대캐피탈에서의 해외경험과 재무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원전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하고 재무건전성과 금융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 CFO로서는 캐피털 회사에서 이종산업인 건설회사에 파견돼 재경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의 사업은 자기자본을 비롯해 발주처 예산, 분양대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이뤄지는 만큼 금융기관 차입과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할부·리스 영업을 하는 캐피털 회사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