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양형기준에 '리니언시' 검토…자진신고하면 형량 감경 가능성 [넘버스]

2025-11-13     박선우 기자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인스타그램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 제도를 증권범죄의 양형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진신고하거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적극 협조하면 이를 양형의 감경 요소로 고려한다는 내용으로, 향후 양형위가 이를 확정하면 협조자의 형량 감경 기준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재판 협조가 어느 정도의 감경 효과가 있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수사 협조를 유도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는 이달 7일 증권·금융범죄 및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 제도(제448조의2 제1항)를 특별감경인자 및 집행유예의 긍정적 주요 참작 사유로 반영하는 점이다. 

이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를 저지른 사람이 수사나 재판 절차에서 다른 공범의 범행 입증에 도움이 되는 진술, 증언, 자료 제출 등을 한 경우 자수와 마찬가지로 양형기준상 감경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형기준은 권고 형량 범위를 감경·기본·가중 영역으로 구분해 제시하는데, 수정안이 확정되면 형량이 기본 영역에서 감경 영역으로 조정될 수 있다. 또 법관이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판단할 때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도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법관이 양형기준에 따라 양형을 정할 때 수사, 재판 협조가 실제로 참작됐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률사무소 승검의 이선영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 제도가 도입됐지만 양형기준에는 포섭되지 않아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는 한 협조가 실제 양형에 반영됐는지 알 수 없다"며 "새 기준이 시행되면 협조한 경우 어떠한 처벌이 이뤄지는지 외부에 공개되고, 이러한 사례들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수사·재판 협조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의 윤선우 변호사는 "양형기준은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므로, 협조했을 때 감경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법관의 재량을 존중하면서도 양형의 편차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위의 양형기준은 원칙적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고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 그 합리적 이유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합리적 근거 없는 이탈은 사실상 허용되기 어렵다.

또 협조를 자수와 동등하게 평가하겠다는 점에 대해 윤 변호사는 "리니언시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높이는 조치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래픽=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

범행 적발이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다. 이 변호사는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를 입증, 적발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며 "내부 이탈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전 공모를 방지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범행 주도자면서 형 감면을 받기 위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 등 제도가 면죄부로 악용될 우려도 있지만, 이는 감경 범위를 조절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양형위 수정안이 확정되면 제도 도입의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수정안에는 리니언시 제도 반영 외에도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하고, 금융범죄에 대해선 법정형 변동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양형위는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새 양형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