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분기 연속 흑자에도 본업 수익성은 '빨간불'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 등 자구책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부실자산 정리가 예년 속도를 뛰어넘으면서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경영 안정성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부실채권(NPL) 매각이 주요 요인인데, 오히려 대출 자산은 줄고 예금만 쌓이는 '역마진' 우려가 커지면서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221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만 1651억원의 순이익을 더해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흑자가 난 배경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대손충당금전입액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1분기 9058억원에서 2분기 7492억원, 3분기 7008억원으로 감소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3분기에만 1조7000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 및 상각했다. 이는 1분기(1조3000억), 2분기(2조5000억)에 이은 대규모 정리로, 3분기 누적으로 5조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6차 부동산 PF 공동펀드까지 가동될 경우 연말까지 총 2조5000억원의 추가 부실 정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2조 원 목표를 이미 크게 초과한 수치다.
부실 정리 효과는 건전성 지표에 드러났다.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연체율은 6.90%로 전분기 대비 0.63%p 하락했다. 연체율이 6% 대로 떨어진 것은 2023년(6.55%)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공동펀드 매각 등 적극적인 부실 정리가 없었다면 3분기 흑자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부실을 떨어내 비용을 줄인 결과"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핵심 이익 지표인 이자이익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이자이익은 1조3506원으로 2분기(1조3583억원)보다 되레 감소했다. 오히려 4분기 만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예금을 유치하면서 3분기에만 수신 잔액이 5조5000억원 늘어 105조원을 달성했지만, 대출 잔액은 1조5000억원 감소해 93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더욱이 일반자금대출 신규취급 가중평균금리는 3월 10.8%에서 6월 10.1%, 9월 9.2%로 연속 하락했다. 비싼 이자를 주고 예금을 받아 쌓아두고, 정작 돈을 굴릴 대출은 줄어든 '역마진' 구조가 심화된 셈이다.
한편 3분기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67%로 전분기 대비 0.07%p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유동성 비율(122.31%)과 대손충당금비율(110.83%) 역시 법정 기준(100%)을 웃돌았다.
저축은행 업계는 하반기에도 건설업 등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당분간 영업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경영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잠재 리스크가 여전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건전성 제고 등 체질 개선을 우선하되, 햇살론·사잇돌2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 공급은 지속하며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