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정재헌 체제 첫 개편…'책임 경영' 아래 임원 30% 감축

2025-11-13     이진솔 기자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와 SKT 타워 /사진=SKT

SK텔레콤(SKT)이 정재헌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한 달여 만에 역대급 조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임원의 30%가량을 줄이고 주요 요직을 전면 교체하며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T가 법조인 출신 CEO 체제 아래 해킹 사태 이후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SKT는 13일 단행한 인사를 통해 임원 규모를 25~30% 줄였다. C레벨 임원과 사업부장급 주요 경영진 역시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MNO(통신) 사업부장 등 핵심 요직에도 새 인사가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이번 인사의 핵심을 책임 경영을 위한 전면적 리더십 변화로 규정했다. 회사 측은 "실행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재 발탁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임원의 실질적 책임과 역할 강화를 위해 임원 규모를 강소화했다"고 밝혔다. 강소화는 적은 수의 강한 조직을 의미한다. 연공서열보다 성과와 능력 중심으로 인사 기준을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다.

대규모 쇄신 작업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올해 4월 해킹 사고 이후 사태 수습에 전념해 온 유영상 전 대표는 지난달 말 사장단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긴 하나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는 만큼 영전은 아니라는 평가다. 해킹 사태에 책임을 지면서도 AI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새로 부임한 정 CEO는 판사 출신으로 SKT 역사상 첫 법조인 CEO다. 2020년 합류해 법무·전략·재무를 아우르는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고 조직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업부장, 센터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한 교체가 단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기존 MNO 사업부 전반이 MNO CIC 체제 산하로 재배치되면서 기존 사업부장들의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조직도 달라진다. CFO 조직으로 재무를 담당해 온 코퍼레이트플래닝센터와 전략을 담당하는 코퍼레이트스트레티지센터가 코퍼레이트센터로 일원화된다. 회사의 CFO는 SK브로드밴드 소속 박종석 CFO가 맡게 된다.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조직은 제너럴카운슬(GC)센터로 재편된다. 과거 정 CEO가 SKT의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담당할 때 산하에서 준법경영 등의 업무를 처리해 온 조직이다.

쇄신 작업이 본격화한 배경엔 급격한 재무 악화가 있다. SKT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줄었고 순손실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의 실망을 무릅쓰고 분기 배당도 중단했다. 여기에 AI 투자 확대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됐다. 

이번 인사가 정 CEO 아래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어가기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SKT는 향후 경영 환경과 전략 방향에 따라 수시 인사를 진행해 조직 유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