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울산 데이터센터부터 에이닷까지...'AI CIC 실적 창출' 총력전

2025-11-13     윤상은 기자
SKB 가산 IDC에 구축된 AIDC /사진 제공=SKT

 

이번에 단행된 SK텔레콤(SKT) 조직개편의 주요 목적은 인공지능(AI) 성과 창출이다. SKT는 올해 9월 출범한 AI 사내회사(CIC)가 안정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 필요에 따라 작은 팀을 만드는 에자일 조직 형태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하면서다. AI CIC의 성과목표는 △에이닷(B2C) △인더스트리얼 AI(B2B) △데이터센터 사업 확장이다.

SKT는 13일 통신(MNO)과 AI 양대 CIC 체제를 중심으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AI CIC는 정석근·유경상 공동 CIC장이 이끈다. 정 CIC장은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출신으로 기술·플랫폼을 맡는다. 그는 네이버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과 서비스 적용에 기여했다. 유 CIC장은 구글 본사와 SK디지털투자센터장을 거친 '전략·서비스통'이다.

 

(왼쪽부터) 정석근·유경상 SKT AI CIC장 /사진 제공=SKT

 

SKT가 AI 중심의 조직개편을 강조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는 AI모델·서비스·인프라 등 모든 시장을 선점했고 이를 추격하는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T 등 한국 기업은 AI기술 개발, 사업추진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SKT가 AI CIC를 출범시킬 때도 AI사업 추진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SKT CIC는 사업추진을 가속화할 방법으로 에자일 조직을 택했다. AI CIC 내 팀 단위 조직은 수시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이 가능한 프로젝트 형태로 구성한다. 필요에 따라 작은 팀 단위를 만들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유연성을 갖출 수 있다. 또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을 결성하면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목표 달성 속도를 높이기에 유리하다. 이는 사업 성장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많이 택하는 방식이다. SKT는 통신 업력이 오래된 대규모 조직이지만 AI 신사업에서만큼은 유망 스타트업처럼 성장 속도를 올릴 계획이다.

AI CIC는 SKT의 대규모 AI 투자를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T는 올해 9월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AI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먼저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 AI기술·서비스 수요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도 함께 커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외에도 SKT는 5세대(5G) 전국망 구축을 완료해 설비투자 비용을 AI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G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AI에 대한 집중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정재헌 최고경영자(CEO)와의 시너지도 중요하다. 판사 출신 법 전문가인 정 CEO는 해킹사고 수습과 보안·사업강화 거버넌스를 재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CIC는 정 CEO가 안정시킨 조직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정 CEO는 이달 3일 취임 첫날부터 AI 인프라 대규모 확장계획을 발표하며 AI사업의 빠른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SKT는 AWS와 함께 울산에, 오픈AI와 함께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이렇게 국내 거점을 마련한 뒤 베트남에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