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⑫ 조승아 이사 선택서 보인 현대차 시그널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조승아 KT 사외이사는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추천으로 선임됐다. 조 이사는 이사회에서 감사위원회, 평가및보상위원회, 미래투자위원회 위원으로서도 목소리를 냈다.
KT는 2023년 소유분산기업의 특성상 대표이사 선임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왔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사외이사 중심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 체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조 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8인 전원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인 조 이사는 조직 운영과 전략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으로 인사를 검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현대차가 추천한 조 이사의 목소리에 최대주주의 의견이 반영될지에 시선이 모인다.
경영 간접참여 vs 주주권리 실현
현대차가 조 이사를 추천했다는 데 대한 시선은 양가적이다. 먼저 현대차는 KT 최대주주가 됐을 때부터 경영 무관여를 공식화했다. 현대차는 구현모 전 KT 대표 시절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자사주를 교환하면서 KT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지분을 낮추면서 의지와 달리 최대주주가 됐다는 것이 현대차의 주장이다.
그러나 KT가 조 이사와 함께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을 지낸 곽우영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외이사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감시·견제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지만, 대표이사 선임에 영향이 큰 KT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사회이사는 현대제철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반면 현대차가 경영 간섭이 아니라 주주로서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시선도 있다. 조 이사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서 조직·전략 분야 전문가로 KT의 내부통제와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 강화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기대다. KT 또한 이사회에 필요한 역량 중 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요소를 조 이사를 통해 채웠다고 강조했다.
블랙록 등 세계적인 투자사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무관여를 고집하면서 주주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주 입장에서는 거버넌스의 독립성·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요 투자사들도 이사회 구성, 대표이사 선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경영 참여가 아닌 주주권리 실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적자기업 투자엔 기권
조 이사는 2023년 6월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다. 당시 삼성SDS 사외이사로도 활동했고, 2015년에는 애큐온캐피탈(전 KT캐피탈) 사외이사도 맡아 KT와 간접적인 인연이 있었다. KT 이사회는 그를 "국제경험을 토대로 학계와 산업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KT에 유용한 비즈니스 파트너십 형성 지원 및 정부의 국제협력 정책과 조화를 이루며 국제기관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공헌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 이사는 KT 이사회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 사업전략 수립·추진에 대해 조언했다. 그가 속한 이사회 내 미래투자위원회가 타법인 지분 매각 및 출자, 사채 모집, 지점 설치 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면서다. AI·클라우드는 KT의 신사업 분야로 인력·비용 투자가 뒷받침돼야 진행할 수 있다. 김영섭 대표 시절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접 파트너십을 맺고 AI·클라우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조 이사의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은 100%였다. 그는 이사회 안건 대부분에 대해 찬성했지만 글로벌 데이터 기업 엡실론 투자와 관련해서는 기권했다. 엡실론은 구현모 전 대표가 '디지코' 전략의 일환으로 투자한 기업이지만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KT는 연말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