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버리 투자자문사, 美 당국 등록해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가 미 금융당국의 등록 지위에서 해제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의 미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투자자문회사 지위는 지난 10일 부로 해제됐다. 이는 SEC를 비롯한 규제당국에 대한 보고 의무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SEC에 따르면 운용자산 규모가 1억달러 이상인 투자 자문사는 SEC에 등록해야한다. 이번 등록 지위 해제에 대해 버리가 사이언 문을 닫았거나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철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공시에서 사이언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1억5500만달러였다.
버리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에 SEC 등록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11월 25일부터 훨씬 더 나은 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버리는 지난달 X를 통해 “가끔 우리는 거품을 본다"며 "가끔은 이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지만 때로는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고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버리는 또 주요 기술 기업들이 감가상각 비용을 축소해 이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6~2028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회계 조작을 통해 감가상각비를 약 1760억달러 과소계상해 업계 전반의 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사이언의 3분기 공시에서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대규모의 풋옵션(하락 베팅)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버리는 전날 올린 X 게시물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2027년에 팔란티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옵션에 약 92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에를렌캐피털매니지먼트의 브루노 슈넬러 전무이사는 “버리의 결정은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조작된 게임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슈넬러는 이어 “그를 과소평가하는 대신 그가 공식 규제 체계 밖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패밀리 오피스 형태로 전환해 자본을 운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