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현호]⑧ '주창훈·문희동'이 다시 세우는 삼성 운영·인사 뼈대

2025-11-14     최지원 기자
주창훈 경영진단팀장(왼쪽)과 문희동 피플팀장(오른쪽).

 

삼성이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시킨 가운데 주창훈·문희동 부사장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삼성은 두 부사장을 각각 경영진단팀장과 피플(인사)팀장에 배치하며 그룹 차원의 인사·조직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를 모두 경험한 인력으로 주요 자리를 채운 것은 기존 사업부 중심 체제에서 느슨해진 내부 조율과 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평가다.

 

인사·조직 두 실무가, 삼성 컨트롤 기능 복원 견인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 내 기존 경영진단실을 다시 '팀'으로 낮추고 사업지원실 아래 편입했다. 주창훈 부사장은 새롭게 재편된 경영진단팀을 이끌게 됐다.

1970년생인 주 부사장은 삼성 인사·조직 분야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정통 인사괸리(HR) 전문가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을 거쳐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로 근무하며 그룹 차원의 인사제도와 조직 운영을 조율해 왔다. 2017년 말 사업지원TF로 자리를 옮긴 뒤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조직 진단과 내부 리스크 관리 기능을 맡아왔다. 사실상 그룹 내 감시·조율 장치를 다듬어 온 실무 책임자로, 이번 경영진단팀장 선임은 그의 경력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경영진단팀은 옛 감사팀의 흐름을 잇는 조직인만큼 사업부별 조직 운영과 프로세스, 제도·전략 실행의 정합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업부마다 의사결정 구조와 인사·조직 기준이 제각각 축적되면서 운영 편차가 커졌다는 내부 문제의식이 이번 개편의 출발점이다.

새롭게 정렬된 조직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전략 실행의 조직 적합성 검토 △리스크 요인 조기 식별 △공통 운영 기준 마련 △본사-사업부 간 조율 등 그룹 차원의 표준화를 핵심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경영진단팀의 수장이 재무·전략 출신이 아닌 HR 전문가로 채워진 것도 궁극적인 목표가 사업부 실적관리 강화가 아닌 제도·운영 안정성의 회복에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피플팀을 이끄는 문희동 부사장 역시 삼성 내부에서 대표적인 HR 실무·전략 통합형 인사로 꼽힌다. 1971년생인 문 부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인사팀 부장을 거쳐 2015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7년에는 인사팀장을 맡아 연구·기술 조직의 HR 체계를 다뤘다. 같은해 사업지원TF로 이동하며 그룹 차원의 인재 운영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TF 인사 기능을 총괄했다.

피플팀은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인사 제도와 운영 기준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정렬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채용·배치·보상처럼 사람을 다루는 영역은 사업부별 특성이 강해 제도 편차가 쉽게 벌어지기 때문에 이를 공통 기준 아래 묶어낼 중앙 조직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기술·제조·연구 인력 등 서로 다른 인재군을 모두 경험한 문 부사장이 팀장을 맡은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는다. 다양한 조직의 HR 과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어 분산된 인사 체계를 일관된 원칙으로 통합하고 그룹 전체의 인재 전략을 조율하는 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비슷한 경력…역할 쪼개진 이유는

두 부사장의 이력이 비슷함에도 역할이 갈린 것은 삼성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서로 다른 두 축으로 분화됐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사업부별 운영 기준이 제각각 쌓이면서 한쪽에는 운영 리스크, 다른 한쪽에는 HR 제도 편차가 동시에 커졌다. 경영진단팀은 전자를, 피플팀은 후자를 맡도록 분리한 것이다.

비슷한 HR 출신 인사를 각각 배치한 것은 전략 컨트롤타워를 완전히 부활시키지 않으면서도 사업부 중심 체제 아래 흩어진 조직·인사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한편 두 사람의 영향력 확대는 장기성과인센티브(LTI) 지급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며 핵심 임원진에게 LTI 형태로 자사주를 부여한 가운데 당시 사업지원TF 소속인 주 부사장과 문부사장 모두 상당한 물량을 배정받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 부사장은 2893주(약 2억367만원), 문 부사장은 1849주(약 1억3017만원)를 지급받았다. LTI를 받은 사업지원TF 임원 15명 가운데 주 부사장은 정현호 부회장, 박학규 사장에 이어 3번째, 문 부사장은 5번째로 많은 물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