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사람들] '한화솔루션 재무 설계' 윤안식 CFO, 한화에어로 11조 투자 총괄

2025-11-14     김덕호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윤안식 부사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한화솔루션에서 그룹 재편, 한화시스템 신사업 투자재원 마련 등을 맡아온 그에게 방산·해양·우주 등 전 사업을 아우르는 자본배분이라는 더 큰 숙제가 주어졌다.

윤 사장은 1964년생으로 한화그룹 공채 출신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83학번으로 1988년 한화에 입사한 뒤 37년째 한 그룹에 몸담아왔다. 재직하는 동안 커리어의 대부분을 재무에서 쌓았다. 

임원에 오른 것은 2009년 말 상무보로 승진하면서다. 이후 사명을 한화케미칼로 바꾼 회사에서 2012년까지 자금운영을 맡았다. 2012~2017년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옮겼고 △2018년 한화솔루션 재경부문장 △2021년 한화시스템 재무실장 △2023년 한화솔루션 재무실장을 역임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공장 전경 /사진 제공=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시스템 관통한 '재무통'

윤 부사장의 행보가 눈에 띈 시기는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재경부문장으로 복귀한 2018년 이후다. 당시 한화그룹은 방산, 금융, 화학, 태양광을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한화케미칼이 태양광과 첨단소재를 한꺼번에 맡는 계획을 실행하는 가운데 윤 부사장(당시 상무보)은 재무를 담당했다. 

당시 100% 자회사였던 한화첨단소재가 한화큐셀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가 단행됐다. 회계상으로는 자회사 증자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한화케미칼이 신주 전량을 인수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여기서 과제는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한 만기도래 채권 차환, 외부 자금줄 유지 등이었으며, 이에 5000억원 규모의 유증이 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됐다. 한화솔루션 출범을 위한 구조 설계를 사실상 마무리한 셈이다. 

윤 부사장은 한화솔루션 출범 직후 한화시스템 CFO에 올랐다. 그가 맡은 가장 굵직한 역할은 2021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증 설계와 집행이다. 

이때 확보한 자금은 2022~2023년에 진행된 종속회사 유증, 한화오션 인수 참여 등에 사용됐다. 방산·정보통신기술(ICT) 등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형 증자를 실시해 신사업에 필요한 ‘총알’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사진=한화오션

 

11조 투자·40조 수주잔액…CFO가 풀어야 할 계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다루는 숫자는 윤 부사장이 그간 처리해온 규모와 다르다. 한화에어로는 2028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가운데 올해 유증으로 확보한 것은 4조2000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7조5000억원은 영업현금흐름과 회사채, 차입으로 메워야 한다. 이에 투자속도와 재무안정성 사이의 균형점을 다시 맞추는 것이 윤 부사장의 역할이다.

한화에어로의 자본배분도 중요한 과제다.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을 비롯한 방산·해양 밸류체인의 정점에 있다. 조선사 추가 지원 여부, 한화에어로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해외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나눌지에 따라 그룹 전체의 성장궤적이 달라진다.

이전과 다른 점은 수주잔액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30조9960억원), 한화시스템(8조1851억원), 한화오션(6조4052억원) 등 계열사에 쌓인 물량만도 40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수주가 실제 현금흐름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계약 구조와 운전자본을 설계하는 데는 CFO가 직접 관여해야 한다.

신사업인 항공엔진, 우주발사체, 미사일 및 정밀유도무기 역시 장주기·고위험 R&D 사업이다. 지금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투자하는 단계에 가깝다. ‘방산-해양-우주’ 전 부문의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자금을 집행하면서도 재무안전판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지에 대한 윤 부사장의 계산이 필요하다. 합병·재편 설계자에서 신사업 투자 조력자로 이어진 그의 재무 경력이 한화에어로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