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G] '지분 0%'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승부처 'TG-C 성과'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2025-11-14     김나영 기자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사진 = 코오롱 제공

코오롱그룹 오너가 4세 이규호 부회장이 TG-C(옛 인보사) 개발을 전면에서 챙기며 바이오 경영 행보를 넓히고 있다. 26년째 이어진 TG-C 개발 프로젝트는 코오롱의 미래사업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분 정리 등 승계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바이오 경영 보폭 늘리는 이규호

코오롱그룹 구조혁신단을 총괄하는 이규호 부회장은 본래 그룹 전체의 미래동력과 신사업을 두루 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구조혁신단은 주요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부문별로 단장을 맡고 신사업과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 부회장이 쥐고 있는 '미래 동력'의 무게가 바이오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인식이다. 

올해 들어서는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 등 바이오 부문 계열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을 이 부회장이 직접 보고받는 체계가 안착하는 모습이다.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바이오 관련 의사결정 창구가 구조혁신단, 그 중에서도 이 부회장에게 모이는 구조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TG-C와 후속 파이프라인, 제네릭·바이오의약품 사업까지 묶어보는 그림이 내부에서 공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대외 무대에서도 코오롱의 바이오·헬스케어 전략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의 바이오헬스케어워킹그룹(BHWG)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보건과경제고위급회의(HLMHE) 본회의에 참석해 500여명의 기업 및 정부, 국제기구 관계자 앞에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그가 주도한 헬스케어 로드맵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회의에서 공식 논의되기도 했다. 데이터·인공지능·고령화 대응 등 복합적 보건 과제를 민관 협력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코오롱이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규제와 제도 환경을 단순히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일부는 논의의 방향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4세 리더십 평가 지표 'TG-C' 투자 성적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전면에서 챙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코오롱그룹이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이후 TG-C는 26년째 이어진 그룹의 최장기·최대 투자 프로젝트다.

앞서 회사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라는 이름으로 승인을 받기도 했지만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년 만에 취소된 바 있다. 이후 미국에서 상업화 재도전에 나서며 상당한 비용과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 입장에서 TG-C는 단순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아닌 향후 사업 방향과 기업 평판을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최근 이 부회장이 맡아온 신사업들이 기대만큼의 수익성을 내지 못하면서 바이오 사업 성과에 쏠리는 시선도 한층 무거워진 상태다.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은 지난해 영업손실 811억원을 기록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요 계열사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2023년 11월 지주사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후 받아든 첫 경영 성적표라는 점에서 더 뼈 아프다는 평가다.

승계 구도에서도 TG-C 성과는 중요한 평가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퇴진 당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현재 코오롱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웅열 회장으로 올 9월 말 기준 지분율 53.52%를 쥐고 있다.

코오롱은 바라보는 TG-C 상업화 시점은 2028년이다. 회사는 내년 임상 3상 추적 관찰이 종료되는 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제출하고 TG-C 출시를 가시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추적관찰기간이 종료되면 데이터 분석기간을 거쳐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신속한 FDA 품목허가를 위해 생산분야에서 FDA가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도 병행하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