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앤지스틸 지분 축소에도 영향력 그대로…'종속기업 유지'

2025-11-16     김수정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현대비앤지스틸 지분 일부를 매각했지만 종속기업에 그대로 뒀다. 종속기업 요건인 '지분 50%'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지배주주 지위를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해 현대제철 연결 손익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이 여전히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8월 현대제철은 이 회사 지분 10%를 특수관계자인 정일선 사장에게 매각했다. 정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정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뒤 현대제철의 지분(우선주 포함)은 기존 40.8%에서 30.9%로 축소됐다. 

실무적으로 종속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최소 요건은 '지분 50%'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외는 있다. 이사회 참여 등 해당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하다고 판단될 때는 종속기업에 편입할 수 있다. 현대제철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비앤지스틸의 주주 구성이 현대제철을 제외하고 정 사장(12.52%), 정문선 부사장(1.74%), 현대머티리얼(0.60%) 등으로 지배주주 지분이 분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제철 측은 보고서에 "유의적으로 많은 의결권을 보유하며 주주들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지배력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종속기업 편입 여부에 따라 모회사 연결 재무제표 수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관계기업으로 강등될 경우 자회사 실적은 영업손익이 아닌 당기순손익에 반영되며 모회사와 총자산 연계성도 종결된다.

특히 현대비앤지스틸처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자회사일수록 분류 기준 변화에 따라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현대비앤지스틸의 9월까지 누적 매출은 5691억원으로 현대제철 전체 매출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준 약 10%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제철 개별 영업손익이 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비앤지스틸의 기여도가 작지 않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 냉간압연강판 시장 2위 사업자다. 글로벌 강판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원가와 판가의 차이(스프레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안정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