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 '스케일업' 현실로…든든한 배경에 기업은행 꼽힌 이유

2025-11-17     김홍준 기자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 제공=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지원한 한 중소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이 선도한 혁신금융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은행이 대출을 집행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기업의 스케일업 과정에 초기부터 개입해 상장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1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큐리오시스는 이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로 거래를 시작했다. 기업은행의 기술·벤처기업 성장 지원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읽힌다.

큐리오시스는 실험실 자동화 장비와 라이브셀 이미징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 기술기업이다. 세포치료제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을 단축하는 '셀로거(Celloger)' 시리즈를 앞세워 성장하며 시장 주목도를 높여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IBK벤처대출'을 확대해 왔다.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기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활용해 기업 가치 상승분을 일부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약 2600억원이 209개 기업으로 공급됐으며, 이번 상장에 성공한 큐리오시스 역시 기업은행의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해 성장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례가 '벤처투자–은행대출–상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가 실제로 작동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기술기업의 경우 '시리즈B' 단계 이후에도 매출 기반이 약해 운전자금 확보가 쉽지 않았다. 시리즈B는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시드, 시리즈 A)를 거쳐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두 번째로 받는 대규모 투자 유치 라운드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대출이 끊기는 '데스밸리'가 반복돼 왔다. 기업은행이 기술기업을 조기에 선별해 자금 공급을 확대한 것이 상장 가능성을 높였다는 해석이다.

기업은행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같은 글로벌 기술 전시 참가로 혁신기업의 해외 검증 기회를 넓힌 점도 스케일업 지원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기술기업이 해외 전시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면 상장 이후 주가 안정과 후속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내년에 열리는 CES2026 참석도 확정했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혁신기업 대출은 가치 변동성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래성장 평가모형' 도입을 추진 중이며, 기술기업의 성장성과 위험 요인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여신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큐리오시스 사례가 기업은행의 기업금융이 단순 정책금융을 넘어 실질적인 '스케일업 금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기술기업이 상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은행의 역할도 초기 자금 조달에서 해외 진출·회수 구조 지원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큐리오시스의 상장은 기업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IBK벤처대출이 적기에 공급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스케일업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자금난을 겪는 혁신 벤처기업들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