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N 성수'로 체험형 K뷰티 전략 검증…美 진출 교두보 될까

2025-11-17     이유리 기자
CJ올리브영이 ‘올리브영N 성수’ 1주년을 맞아 ‘돌잔치’ 콘셉트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매장 1층에는 전통 매듭짓기, 방명록 스탬프 등 체험 콘텐츠가 마련됐으며 전문관별 베스트셀러 제품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사진=이유리 기자

CJ올리브영의 체험형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가 출범 1년 만에 외국인 소비 데이터를 이용해 체험 중심 리테일 전략의 실효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진단, 큐레이션,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경험 중심’ 전략으로 K뷰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매장 체류시간을 늘린 것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 검증된 이 전략이 내년 상반기 미국 진출을 앞둔 올리브영에 세포라 등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가 될지 주목된다.

17일 CJ올리브영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개최한 1주년 행사 'C.O.R.E TALK'에 따르면 올리브영N 성수는 개점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2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피부·두피 진단, 퍼스널컬러 분석 등 고객참여형 뷰티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실험적 매장 모델로 기존 올리브영과 차별화된 리테일 전략을 적용했다. 

올리브영N 성수의 차별화된 성과에 대한 가장 뚜렷한 지표는 외국인 방문객의 가파른 증가세다. 체험 서비스 누적 이용자 3만명 중 54%가 외국인이었으며, 피부진단 서비스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87%에 달했다. 올리브영 자체 조사에 따르면 N 성수를 찾은 외국인 고객의 86%가 재방문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관광지로서의 매장 경쟁력도 입증됐다. 

성공 요인으로는 K뷰티 체험에서 구매까지 연결되는 ‘브랜드경험형 공간’ 재설계가 꼽힌다. 현재 올리브영N 성수 매장에서는 총 여섯 가지의 전문 뷰티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공지능(AI) 진단기기와 뷰티컨설턴트를 배치해 고객 참여와 소통 중심의 구조를 구현했다. 

 

17일 올리브영 N성수 오픈을 앞둔 오전10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전에 예약한 피부·두피 진단 서비스를 받기 위해 늘어서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이 같은 체험형 전략은 성수 지역 상권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N 성수 개점 이후 유동인구가 성수역 인근에서 연무장길까지 확산됐고 뷰티 브랜드 팝업스토어 수는 월평균 75% 늘어났다.

올리브영은 성수동이라는 트렌드 중심지에서 K뷰티 체험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리테일 플랫폼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1970년대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성수동은 2005년 서울숲 개장을 계기로 문화 콘텐츠가 유입되기 시작했으며, 2016년 ‘대림창고 갤러리’를 비롯한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며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에는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가 공존하는 복합상권으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N 성수 모델이 향후 미국 시장 진출의 핵심 벤치마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트렌드세터의 체험이 외국인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가 입증된 만큼 이를 글로벌 시장에 확장 적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은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CJ Olive Young USA’ 법인을 설립하고  2026년 상반기 미국 1호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7월에는 현지인력 채용을 시작했으며 상품소싱·마케팅·물류 등 핵심 기능의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뷰티 시장 규모는 약 740조원(5700억달러)이었으며 이 중 미국은 약 156조원(1200억달러)으로 단일국가 기준 최대 규모다. 시장의 잠재력이 큰 만큼 K뷰티 진출에서 전략적 접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내 K뷰티 인지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접점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오히려 기회요인이다. 현지에서는 세포라, 울타뷰티 등 주요 유통채널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올리브영이 피부·두피 진단, 퍼스널컬러 분석 등 개인맞춤형 케어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모델을 도입할 경우 K뷰티 고유의 경쟁력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형 전략은 이미 다른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미국 뉴욕 소호에 북미 시장의 핵심 주력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 역시 최신 기기를 자유롭게 경험하고 브랜드 철학을 전달할 수 있는 팝업형 체험 스튜디오를 뉴욕,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운영하며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CJ올리브영이 8월 66개 K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꾸린 'KCON LA 2025'의 올리브영 부스가 현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올리브영도 8월 ‘KCON LA 2025’에 참가해 대규모 체험형 부스를 운영하며 미국 시장의 반응을 가늠했다. 현장에서는 ‘4단계 K스킨케어 루틴 존’을 만들어 한국식 뷰티 루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약 40종의 제품을 큐레이션해 K뷰티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선보였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브랜드 큐레이션 역량과 소비자 체험 데이터를 함께 축적해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N 성수에서 검증된 몰입형 리테일 전략을 미국 시장에 적용하면 기존 유통채널과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해외 확장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리브영N 성수는 고정된 포맷이 아닌 실험공간인 만큼 이곳에서 검증된 요소들이 향후 국내외 매장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이 ‘올리브영N 성수’ 1주년을 기념해 ‘돌잔치’ 콘셉트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3일까지 올리브영 N 성수 구매 고객에게는 매일 새로운 디자인의 오롤리데이 컬래버 파우치를 선착순 증정한다. /사진=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