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적은 계약금 실감…유한양행처럼 신약 개발하겠다" [현장+]
"한국에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겁니다. 플랫폼 기술이전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기준을 바꾸겠습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1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기업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는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성장해온 기존 모델의 한계를 실감해서다. 향후 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전통 제약사인 유한양행처럼 신약 기반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성장 방향도 제시했다.
'제 2의 유한양행' 도약 예고, 플랫폼 딜 한계 넘는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약 개발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컴퍼스 테라퓨틱스와 함께 개발 중인 담도암 치료제 'ABL001'을 향후 기술수출해 로열티는 받는 수익구조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유한양행 다음으로 신약 허가로 로열티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킬 것"이라며 "ABL001이 승인받는 건 에이비엘바이오의 중요한 모멘텀이다. 2026년 말 즈음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BL001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환자 사망 사례가 예상보다 적어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당 임상 데이터는 내년 1월 공개 예정이다.
이 대표가 신약 개발에 눈독 들이는 건 플랫폼 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다. 그는 "1조에 달하는 선급금(업프론트)을 받고 싶은게 꿈"이라고 밝힌 그는 플랫폼 딜의 한계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플랫폼 딜을 성사 시킨 건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이 유일하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플랫폼은 업프론트가 5000만달러(한화 약 730억원) 이상 가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물질 같은 경우는 바이오텍이 직접 노력과 돈을 써서 개발한 만큼 그 기회비용을 다 받는 것"이라며 "플랫폼은 기술만 던져주는 구조라 많이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향후 딜에서는 높은 업프론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약 구조를 세밀하게 설계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전하는 기술이 물질인지 플랫폼인지에 따라, 혹은 타깃을 몇 개 정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마일스톤은 언제 받고 로열티를 어떻게 정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밸류 과소평가? "오히려 프리미엄 받아"
일각에서 제기되는 밸류에이션 과소평가 지적에 대해서 이 대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4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일라이릴리와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발행가는 주당 12만5900원으로,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흐름 대비 밸류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발행가는 회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규정에 따라 '발행일 전 30일 평균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며 "시장가 대비 현저히 싸게 발행했다는 해석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되레 릴리로부터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원래 기술이전 소식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발표하려 했지만 릴리 측 국내 로펌에서 정보보안 이슈를 제기해 이틀 지연됐다"며 "만약 원래 일정대로 유증을 진행했다면 기준가가 약 9만8000원 수준이었는데, 실제 발행가는 12만6000원으로 오히려 30%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연일 급등해 16만~18만원대에 형성된 이후 시점에서 뒤늦게 발행가를 바라보니 낮아 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이번 유증에서 기준주가는 과거 1개월·1주일·최근일 가중평균가의 산술평균과 최근일 가격을 비교해 더 낮은 값인 13만9827원이었다. 발행가는 여기에 법정 할인율 10%를 적용해 산출된 금액인 12만5900원으로 확정됐다.
이번 유상증자 성격을 두고는 '투자'보다는 '협업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릴리는 벤처캐피털이 아니다"라면서 "한국 바이오벤처에 대하 첫 투자이자 파트너십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봐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