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모니터] 규제완화 외친 대통령…국회는 '비대면진료 죽이기' 올렸다

2025-11-18     이승준 기자
/사진=픽사베이,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완화를 강조한 가운데, 국회가 비대면진료 첫 심의 자리에서 '닥터나우 규제' 조항을 병합 논의에 올리며 정책 방향이 정반대로 갈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규제개혁 기조와 플랫폼 규제 선행 움직임이 같은 시점에 겹치자 산업계에서는 정책 신호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제도화를 논의해야 할 첫 회의에서 규제가 우선 배치된 흐름은 정책 순서와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李 완화·철폐 발언 후 국회는 규제 본격화

18일 관가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는 이날 비대면진료를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회의에서 플랫폼 규제 성격의 조항을 병합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은 △플랫폼의 사업자에 대한 도매상 허가 제한 △특정 약국으로의 유인 행위 차단 △의료기관과의 금전적 연결고리 제한 등이 핵심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플랫폼 규제 시도는 전날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규제완화 기조를 공식화한 직후 국회가 규제 조항을 논의 테이블로 올리는 구도 자체가 정책 신호의 일관성을 훼손한다는 평가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과 반대 방향의 입법 움직임이 사실상 같은 시점에 중첩되며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16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재계 총수들과 만나 "여러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규제 같다"면서 "완화·철폐 등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신호의 엇갈림은 산업계의 전략 수립에도 직접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받아들여진다. 규제완화 메시지와 규제 입법 논의가 동시에 부상할 경우 기업들은 투자, 고용, 서비스 확장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진료는 지난 2년간 정책이 여러 차례 바뀌며 업계의 신뢰가 약화된 분야로, 정책 일관성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왔다. 이번 병합 논의가 그 불확실성을 다시 자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소위가 규제완화 기조와 규제 선행 흐름이 실제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될지를 가늠하는 첫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대통령 메시지가 선언에 그칠지, 국회 논의와의 충돌 속에서도 정책 방향으로 유지될지가 이번 회의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규제 중심 접근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제도화의 취지가 훼손되고 산업 전반에 구조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소위 결과는 향후 비대면진료 정책의 일관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는 "해당 이슈는 이용자가 약국의 약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약국 뺑뺑이'를 막기 위해 시작된 사업에서 비롯됐다"면서 "비대면진료의 제도화가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정부와 국회 취지에 공감하지만, 특정 이해집단의 의견에만 초점이 맞춰져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면서까지 타기팅하는 법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과연 이게 규제환경을 개선해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길이 진정으로 맞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설계 전 규제부터 꺼낸 국회 움직임

업계는 이번 병합 논의를 두고 '제2의 타다 금지법'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는다. 제도 설계보다 규제가 먼저 등장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플랫폼을 우선 규제하는 접근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규제 프레임이 먼저 설정되면 산업의 성격 자체가 '규제산업'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2020년 통과된 타다 금지법은 운송영업의 범위를 기존 제도권으로 제한하며 사실상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준 정책으로 여겨진다.

이번 병합 시도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대면진료가 이날 회의의 첫 번째 정식 안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규제안은 별도의 공청회나 이해관계자 논의 없이 병합 상태로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전검토 과정을 생략한 채 규제 조항을 본안심사에 끼워 넣는 방식은 논의의 균형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절차적 공정성이 무너질 경우 제도화 논의 전반의 신뢰도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규제가 본안보다 앞서는 순간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상적인 정책 순서는 제도화의 목표와 기준을 먼저 확립한 뒤 이에 따른 규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가 선행되면 제도화 과정이 규제 중심으로 재편되며 산업의 혁신 여지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증폭된다.

시장은 이번 병합 논의가 향후 정책의 방향성과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논의 단계에서 규제 프레임이 강조되면 이후 세부 논의에서도 규제가 우선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비대면진료가 지향해온 '접근성 개선'이나 '중소의원 참여 확대' 등 공공적 목표가 부차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업계는 이를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정책 전체가 기울어진다'는 전형적인 구조적 문제로 해석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현행법에 근거해 합법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비대면진료 중개매체에 대해 소급입법이 이뤄져 사업이 중단되는 선례가 생길 경우 업계 전반에 걸쳐 경영상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규제완화가 논의되고 있는 현 정책 방향성과도 괴리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사실상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여지가 크다"며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법안의 입법취지 달성이 가능한 만큼 정부와 국회가 업계의 강한 준법의지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규제 선행 시 의료 접근성 저하 불가피

일각에서는 플랫폼 규제가 선행될 경우 비대면진료 시장이 다시 대형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플랫폼은 그동안 지방·중소의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였지만, 규제 강화로 이 기능이 축소되면 시장 접근성이 한층 좁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려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핵심 목표와도 충돌하는 지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규제 선행은 결국 기존 의료기관 중심의 질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관점은 '풀(pool) 축소'에서 비롯된다. 중소의원과 약국은 플랫폼을 통해 신규 환자 유입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해왔으나, 중개 기능이 제한되면 참여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된다. 특히 영세 의료기관일수록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규제 강도에 따라 생존전략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의료 생태계의 다양성을 줄이고 특정 의료기관에만 기회를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대면진료의 가치였던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만성질환자, 고령층, 도서산간 거주민 등 의료 취약계층은 플랫폼을 통해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진료와 약 수령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면 이 경로가 제한된다. 특히 장기치료 환자의 '재진·조제·복약관리' 영역에서 편의성 저하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접근성 후퇴는 곧 의료 형평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규제가 과도할 경우 국내 디지털헬스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한다. 해외에서는 원격의료·모바일헬스 기반 의료서비스가 빠르게 확장되지만, 국내만 규제 중심 접근을 취할 경우 기술도입 속도와 서비스 혁신이 동시에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정책 신호가 불명확한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사업 확장 결정이 지연되고 산업의 자생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하면 그게 적절치 않은 것이지만, 저희가 낸 법안은 어떤 부분이 과도한 규제라고 업체들이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며 "법을 만들어서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주는 부분은 새로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화 자체에 대한 언급 없이 그 안에 있는 작은 규제들이 불만이라고 하면, 그 주장이 객관적인 얘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과도한 규제라는지를 지적해야 그 다음 단계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