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입성' 아로마티카…IPO 통했지만 '글로벌 K뷰티' 과제로
클린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투자 수요 확보에 성공하며 기업공개(IPO)의 문턱을 넘어섰다. 다만 상장 이후 K뷰티 브랜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둔화된 해외 매출을 반등시켜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수익성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성장을 재가속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로마티카는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에 나선다. 앞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는 희망밴드(6000~8000원) 최상단인 8000원으로 확정됐다. 총공모 규모는 240억원,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1017억원이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2274곳이 참여해 115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참여 물량의 99.95%가 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로마티카는 2001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사로 동물성 원료와 유해 성분을 배제한 100% 비건 처방의 클린뷰티 콘셉트를 내세운다. 주요 제품은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 △퓨어앤소프트 여성청결제 △알로에베라 젤 등이다. 9월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11월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을 거쳐 27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IPO 흥행의 배경에는 꾸준한 실적 성장세가 자리했다. 2022년 359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525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억원에서 56억원으로 14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3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며, 2023년 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이듬해 44억원의 순이익 전환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자체 공장을 기반으로 원료 조달부터 연구개발(R&D), 제조까지 전 과정 생산체계를 갖춘 점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의 전략적 가격 정책도 흥행에 일조했다. 비교기업 재조정으로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을 21.20배에서 25.98배로 상향했음에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모 할인율 하단을 30.60%에서 39.96%로 확대하는 보수적인 가격 책정을 선택했다. 이에 시장친화적 접근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공모가가 최상단에서 확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아로마티카는 글로벌 체력이 약한 내수 중심 구조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올해 반기 기준 해외매출 비중은 31.2%로 상장 직전 해외매출 비중이 높았던 마녀공장(57%), 에이피알(64%), 달바글로벌(45.6%) 등과 비교된다. 상장을 준비 중인 구다이글로벌은 해외매출 비중이 90%를 상회한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K뷰티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해외 실적 기여도가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며 “아로마티카의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매출 비중은 향후 IPO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아로마티카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일시적 침체와 맞물리며 실적이 하락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374억원으로 전년동기(400억원) 대비 6.5% 줄었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상장 이후 해외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다만 회사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재무여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2023년 자본잠식(-157억원) 상태였던 아로마티카는 2024년 유상증자와 자본잉여금 확충으로 자본총계를 186억원까지 늘리며 재무건전성을 회복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6.9%, 유동비율은 202%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아로마티카는 공모로 확보한 240억원을 부채 상환이 아니라 전액 글로벌 마케팅과 해외 유통망 확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낮은 해외매출 비중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는 2026년까지 오프라인 유통망을 현재의 6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영균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열린 IPO 간담회에서 “공모자금은 글로벌 마케팅 강화와 데이터 기반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며 “서울 안국·한남을 비롯해 LA, 뉴욕, 도쿄 등 주요 도시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가 브랜드 철학을 직접 경험하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마케팅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