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얼라인 주주서한 거부…지배구조 갈등 수면 위로 [넘버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소수주주들이 요청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하면서 지배구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안은 상법상 소수주주 권리와 행동주의 펀드, 사모펀드 운용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3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소수주주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자기주식 소각 주주제안을 거부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경영권 경쟁과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스틱은 자기주식 소각 요구에 대해 주주총회 권한이 아닌 이사회 전속 사항이라는 상법상 사유를 들어 반려했다. 상법 제363조의2 3항은 소수주주가 자기주식 소각 등 소수제안을 하더라도 법령이나 정관 위반에 해당할 경우 이를 실행하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이번 사태는 이창환 얼라인 대표가 스틱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임직원 주식보상을 제외한 잔여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얼라인은 스틱의 자기주식 13.54%를 활용할 목적을 공개하거나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얼라인은 3월 28일 처음으로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276만9478주(6.64%)를 장내 매수했고 현재 318만499주(7.63%)까지 지분을 늘렸다.
스틱은 이를 경영 간섭으로 보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자기주식 소각이나 처분,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는 입장문을 밝히면서 얼라인과 한차례 공방이 오갔다.
무엇보다 스틱은 주주제안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도용환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사실상 자기주식 13.54% 뿐이다. 이를 소각할 경우 스틱 지배력이 약해진다. 이미 FI 지분율은 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넘어서 경영권 방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스틱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중 유일한 코스피 상장사로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4167만8175주를 발행했다. 창업주인 도 회장(13.46%)과 장남 도재익(0.04%), 차남 도재원(0.04%) 등 특수관계자 20인이 보유한 지분은 19.02% 수준이다.
반면 FI 지분은 미리캐피탈이 13.32%로 가장 많고 얼라인(7.63%), 페트라자산운용(5.09%) 순이다. 미리캐피탈은 3분기 32만6230주를 추가 매수해 지난 분기 대비 지분율을 0.78%p 높였다. 소액주주들도 지분 42.72%를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라인은 지난달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해 또 한번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SM과 JB금융 등의 지배구조를 개선했던 만큼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통해 스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은 6일 입장문을 통해 "만일 스틱이 보고서 공시 기한인 11월 14일까지 변화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 당사는 3대 주주로서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신한생명보험 투자운용실장으로 근무했던 도 회장이 신한금융지주를 찾아 백기사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이 스틱 자기주식을 떠안을 경우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도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지분율을 약 32%까지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사모펀드 내부 지배구조와 소수주주 권리, 자기주식 활용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스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