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개정안의 남은 과제 '자율등급·사행성·경품'

2025-11-18     강준혁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강준혁 기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이 기존 규제 체계와 충돌하거나 제도적 공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의 큰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규정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계·법조계·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보완 없인 또 다른 논란 우려

이날 토론회에서 게임법 개정안의 큰 방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세부 조항을 둘러싼 법체계 충돌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민간 자율등급분류 확대와 청소년보호법 사이의 충돌 가능성이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개정안은 민간 자율등급분류의 범위를 넓히고 청소년이용불가(청불) 게임까지 자체 분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경우 청소년보호법 제7조제1항 단서와의 해석 충돌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심의·결정 권한을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인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부여하면서 다른 법령에 따라 윤리성·건전성을 심의할 기관이 지정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민간 등급분류기관의 경우 국가기관 중심 설계라는 청소년보호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다는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정부 측에서도 우려를 공유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이번 개정안이 게임을 문화예술이자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많은 진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사행성 모사게임 규제 체계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행성 모사게임은 도박이나 사행행위를 모방하거나 유사하게 설계된 게임이다.

최 과장은 또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다시 산업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품 규제 완화도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은 디지털게임에 적용돼 온 경품 제공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과장은 "현행 전면 금지를 유지할지, 완화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조승래 의원실과 계속 협의해갈 예정"이라며 "업계와 이용자, 국회와 함께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규제법서 문화·진흥법으로

다만 법안의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승훈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이사(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2006년 개정 당시를 떠올리며 현행법의 성격을 '사회적 위험 요소 관리를 중심에 둔 법'이라고 규정했다. PC방과 온라인게임이 급성장하던 시기 청소년 보호와 중독 우려를 관리하기 위해 규제와 진흥을 한데 묶은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이 이사는 "그런 틀 덕분에 2010년 전까지 게임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있었다"며 "다만 모바일·디지털 전환(DX)·인공지능(AI) 등으로 생태계가 바뀐 이후에는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번 전부개정안이 제명을 '게임문화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문화 개념을 앞에 세운 점을 높게 평가했다. 게임을 규제대상이 아닌 문화 창작물로 공식 인정한 의미 있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개정 취지에 대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아케이드) 게임을 분리한 체계, 디지털게임의 경품 금지 조항 폐지 등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다만 이 변호사는 특정장소형 게임 분야를 예로 들며 "가족형 오락센터에서 제공되는 전체이용가 게임과 과거 '바다이야기'처럼 명백한 성인 사행성 게임을 같은 틀에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며 "특정장소형 게임 내에서도 성격에 따라 차등 규율하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저작권 관련 규정을 금지 사유에 명시한 점도 실무상 진전으로 평가됐다. 이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에 저작권 침해 게임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들어갔다"며 "규제 기준과 설명 가능성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개정안을 "규제를 느슨하게 만드는 완화라기보다 국제 기준에 맞춘 '규제 합리화·정상화'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소 규제를 위해 기기·콘텐츠까지 강하게 묶어 규제하던 과거 구조가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장소 규제와 콘텐츠 규제를 다시 분리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게임진흥원 설립과 관련해서도 토론자들은 긍정적으로 봤다. 게임 중심 전담기구가 강화되면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게임의 수출 목표·플랫폼 전략 등을 명확히 설계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진흥과 규제를 한 조직 안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운영할지, 기존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지 등은 향후 설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겼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조 의원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온 만큼, 이번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제는 게임을 부정적 인식에 기반해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