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여성 임원 '19%' 돌파... ‘올리브영 리더십’, 그룹 인사 기준으로

2025-11-19     이유리 기자
CJ그룹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경영리더로 발탁된 30대 여성 임원. (왼쪽부터) 장나윤 CJ제일제당 경영리더, 김수주 CJ올리브영 경영리더, 김도영 CJ올리브영 경영리더. /이미지 제작=이유리 기자 

CJ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1980년대생과 여성 인재를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를 공식화했다. 이번 파격 인사는 이선정 대표가 올리브영을 그룹 내 '캐시카우'로 성장시키면서, 젊고 트렌드 반영이 빠른 여성 리더십의 가능성을 실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CJ는 올리브영식 성장 모델을 식품과 콘텐츠·커머스 등 주력 계열사에 확산해 조직 체질 개선과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19일 CJ그룹이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 따르면 신임 경영리더 40명 중 여성은 총 11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27.5%를 차지했다. 그룹 전체 여성 임원 비율도 기존 16%에서 19%로 높아졌다. 이는 2025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평균 비율인 6.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기조는 여성 고객 비중이 높고 트렌드 민감도가 큰 사업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CJ올리브영은 여성 임원 비율이 54%로 과반을 넘겼고, CJ ENM 커머스 부문 역시 46%에 달했다. 뷰티,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주력 사업의 핵심 소비층인 2040 여성과 감각을 공유하는 리더를 의사결정 라인에 배치함으로써 시장 분석과 상품 기획의 적중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역량 중심'의 젊은 인재 발탁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총 5명의 30대 리더가 신임 경영리더로 발탁되면서 전체 승진자 중 1980년대 이후 출생자 비중이 45%에 달했다. 사업별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차세대 영 리더를 적극 발탁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확장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CJ 관계자는 “핵심 기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여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선정 대표로 입증된 '여성 리더십'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2022년 10월 그룹 내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CEO)으로 발탁됐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CJ그룹이 젊은 여성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던 이선정 대표의 실적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0월 그룹 내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CEO)으로 발탁된 그는 옴니채널 강화, 체험형 매장 확대, 글로벌 확장 등을 진두지휘하며 올리브영을 그룹 내 압도적인 성장축으로 끌어올렸다. 

이선정 체제 아래 CJ올리브영은 2024년 기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약 25%을 차지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실적 면에서도 매년 압도적인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는 매출 3조8682억원, 영업이익 46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39.1%, 69.7% 성장했다. 2024년에도 매출 4조7935억원, 영업이익 5993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조2531억원으로 동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연매출 5조원 돌파 가능성이 커졌다. 

정교한 트렌드 감각을 지닌 상품기획(MD) 리더십이 확실한 실적으로 입증되자, 이번 인사에서 유사한 경력을 지닌 30대 여성 MD 출신들이 전면에 발탁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신규 유통 포맷을 기획하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1989년생으로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거머쥔 김수주 CJ올리브영 헬시라이프MD 사업부장은 새로운 유통 포맷 도입을 주도했다. 최초 자체브랜드(PB) 매장인 ‘딜라이트 프로젝트 해운대점’과 남성 특화 매장 ‘홍대놀이터점’ 등 오프라인 공간의 콘셉트 다변화를 이끌었다. 또한 취미용품, K팝 관련 카테고리를 뷰티 매장에 과감히 결합하며 올리브영의 트렌드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이어 1988년생 김도영 뷰티MD 사업부장은 기존 뷰티 카테고리의 전략 고도화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는 뷰티 기초 분야에서 '슬로에이징'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시장에 안착시켰고 럭셔리 화장품 카테고리 ‘럭스에딧’의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올리브영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아우르도록 이끈 핵심 성과로 작용했다. 

 

'트렌드 감각' 이식... 제조·물류·콘텐츠까지

성과주의와 젊은 감각 중심의 CJ 인사 기조는 식품, 물류, 콘텐츠 기술 등으로 확산될 전망된다. 그룹의 주력 사업 정체와 글로벌 확장이 맞물린 상황에서, 소비자 접점과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실행으로 전환하는 ‘올리브영식 감각'을 이식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최연소 승진자인 장나윤 CJ제일제당 식품사업 경영리더(1989년생)는 이러한 전략의 대표 사례다. MD 출신인 그는 2013년 입사 후 식품 마케팅과 전략기획을 거쳐 ‘프로틴·레디밀’ 등 빠른 트렌드 대응이 필요한 신사업을 주도하며 기획력과 실행력을 인정받았다. 

기업소비자간(B2C) 최적화 전략은 유통을 넘어 물류와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인지 CJ대한통운 '오네(O-NE)' 기획담당과 오윤동 CJ 4DPLEX 사업 담당 역시 30대 리더로 주목 받았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신속히 반영하고 신성장 사업의 실행력을 강화해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확보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발탁됐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의 현재 최우선 과제는 올리브영의 성공 방정식을 다른 계열사에 이식해 제2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MD 출신들의 민첩한 트렌드 포착 능력이 올리브영 성공의 핵심이었던 만큼, 이를 반영한 인사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