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 '내부통제' 시험대로 꼽힌 이유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을 향해 '내부통제' 칼을 빼들었다. 관행적인 내부 조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외부 전문가 집단을 최초로 투입, 점검 대상을 비금융 영역인 용역 계약까지 확대하는 등 역대급 점검 의지를 표명하면서다. 이 회장의 '투명 경영'을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19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24일부터 12월5일까지 특별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단순한 범법 행위의 적발을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전체를 들여다 보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점검 방식의 혁신이다. 농협금융은 이번 점검에 금융 자문 경험과 컴플라이언스 노하우가 풍부한 법무법인 2곳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통상적인 금융사 감사가 내부 감사팀 주도로 이뤄지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내부통제를 단순한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닌,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 진단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컨설팅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 로펌을 투입한 것은 내부통제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점검 대상의 범위도 확대했다. 증권사 감사에서 흔히 다루는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불법 주식 거래는 기본이다. 이번 점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산 매매 △용역 계약 등 업무 전반을 포괄한다. 광범위한 업무 전반에서 사익추구 소지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사후적 처벌과 사전적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전했다. 우선 사익추구 행위 등 중대 위규 사항이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금융업 종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명시했다. 단순 징계를 넘어 해당 인력을 금융권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다는 경고장인 셈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 특별점검에 대해 청렴과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라며 "사익추구 행위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은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통제 방식도 전면 업그레이드 한다. 사익 추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시각만으로는 관행처럼 굳어진 비효율이나 잠재적 리스크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객관적인 외부의 도움을 받아 환부를 도려내고, 국내외 우수 내부통제 사례를 벤치마킹해 최적의 제도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농협금융의 이번 행보가 금융권 전반에 경종을 울릴 것이란 비평이 나온다. NH투자증권 외에 타사의 잇단 횡령과 배임 사고 등 비위가 금융권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농협금융처럼 지주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외부 전문가까지 동원해 계열사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