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공약에 업계 "현실성 가장 높다"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KB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이현승 후보의 '관·민 조율형'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쟁 후보인 서유석 현 금투협회장이 본인의 친정인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최근 부정적 평가를 받은 가운데, 이 후보가 다크호스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18년차 금투사 최고경영자(CEO) 경력과 과거 공무원 출신 이력을 모두 갖춘 점에서 하이브리드형 리더로 호평받고 있다. 자본시장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관료 절차를 이해하면서도 업계 현실을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는 후보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투협이 적극적 역할을 요구받는 시점에 관과 민을 모두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SK증권과 복수의 자산운용사를 이끌며 다양한 조직의 운영 방식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경험했다. 단일 회사 중심의 경력과 달리 여러 조직의 장단점을 체득한 점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금투협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정책적 조율이 중요한 조직을 이끌기에 적합한 이력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공약의 현실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가 제시한 세제 관련 공약은 업계의 장기 요구이자 정부가 검토 여지를 열어 둔 분야다. 대표적으로 배당소득 장기분리과세의 펀드 확대, 부동산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펀드 자산군 확대 등이 꼽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요구와 정부 입장을 모두 아우른 공약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역량은 이 후보의 핵심 강점으로 평가된다. 대체투자와 해외 부동산 펀드 사고가 잇따르던 시기에도 KB자산운용에서는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내부통제를 조직 문화 수준으로 정착시켜 왔다는 점은 최근 금융당국이 강화하고 있는 감독 기조와도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으로서 이 후보가 신뢰도를 쌓았다고 높인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금투협의 그간 소극적 행보에 대한 문제의식도 이 후보 부상에 영향을 미친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회원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정책 대응 속도도 더뎠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이 후보가 제시한 인가센터 설치나 회원사 즉시 소통 체계 구축 같은 공약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서 회장의 연임을 미래에셋 측이 반대한 사실과 관련, 이번 선거 구도에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 출신의 협회장을 친정에서 반대한 것은 업계가 명망 중심의 리더보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임원은 "지금은 정부와 함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실력형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며 사실상 서 회장의 연임 도전을 지적했다. 업계 표심이 실무형·조율형 리더십을 갖춘 이 후보로 흐르고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종합적으로 업계에서는 이 후보가 폭넓은 CEO 경력, 관료 출신의 정책 이해도, 사고 제로의 내부통제 경험, 정부·업계 모두 수용 가능한 공약, 즉시 소통·실행 중심의 조직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투협이 구조적 변화와 정책 실행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이번 선거 국면에서 업계 표심이 이 후보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