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GM]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고집하다 내수 감소
GM 한국사업장의 신차 생산이 정체기를 맞고 판매가 감소하자 노사간 갈등이 커졌다. 19차례의 진통 교섭 끝에 9월 임금 교섭이 타결됐지만 내홍은 여전하다. 노조는 생계·고용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측에 신차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GM 한국사업장은 국내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만 전념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결정은 GM 한국사업장 내수 판매 급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3월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같은해 7월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은 가격이 비싸졌지만 품질 강화에 신경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GM 한국사업장이 신차를 위해 할 수 있는 역량은 여기까지였다.
GM 한국사업장이 3일 공개한 올 1~10월 차량별 누적 내수 판매량을 살펴보면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전년 대비 39.2% 감소한 2216대,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5.1% 감소한 1만340대 판매에 그쳤다. 전체 내수 판매량은 38.8% 감소한 1만2979대다. 르노코리아(4만3925대)와 KG모빌리티(3만4469대) 대비 매우 적은 판매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GM 한국사업장이 국내서 내수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소극적인 신차 개발과 연관된다.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외에는 국내 시장을 사로잡을 만한 신차가 없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그랑콜레오스로 살아나고 있고 KG모빌리티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의 파워트레인 다변화 시도를 해 GM 한국사업장보다 높은 내수 판매를 기록했다.
7월 출시된 2026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외관 색상 변화와 온스타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친환경 시대에 맞춘 하이브리드·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은 추가되지 않았다.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2024년 신년 기자간담회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대체재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생산 차량 중 전기차를 대체할만한 차종은 없다.
GM 한국사업장은 그래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해외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1~10월 전년 대비 1.5% 증가한 23만6489대의 해외 판매량을 기록했다. 구스타보 콜로시 GM 한국사업장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3분기 조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9월 국내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쉐보레 차량을 향한 국내외 수요가 높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GM 한국사업장 내 노조에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최근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전한 입장문에서 “내수 판매를 축소하는 회사의 전략은 GM 한국사업장에서 일하는 저희들과 협력 정비센터 모두에게 생계 불안과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회사에 신차를 요구하고 차종 다변화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쉐보레 국내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판매 차종이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 등 총 3종에 불과하며, 콜로라도는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이 같은 계획은 12월부터 본격화돼 내년 2월 이뤄질 예정이다. 비자레알 사장은 “현재 차량 생산 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있다”며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이 차량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자신했지만 내부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자레알 사장은 2024년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 EV를 출시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선언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올 5월 정식 파란색 번호판이 부착된 이쿼녹스 EV로 국내 주행 테스트에 나섰지만 결국 이 차량의 국내 출시는 불발됐다. 블로터는 그에게 이쿼녹스 EV 출시 불발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지만 비자레알 사장은 “홍보팀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