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잠재운 엔비디아…삼성·SK하이닉스, HBM 공급 수혜 커진다
글로벌 인공지능(AI)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올해 3분기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AI 거품론'를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AI 산업이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음을 강조하며 내년에도 주력 제품인 블랙웰을 비롯해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의 램프업(생산 확대)을 예고한 만큼 이 제품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수혜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최대 실적 갱신…젠슨 황 CEO "AI 산업 선순환 구조 진입"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2026 회계연도 3분기(8~10월)에 매출 570억달러(약 83조7400억원), 영업이익 360억100만달러(약 52조82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최근 집계한 엔비디아의 실적 컨센서스(평균 증권가 전망치)는 매출 549억2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사업별로 보면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 부문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51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규모다.
게임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어난 4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문가용 시각화 부문과 자동차·로봇공학 부문 매출은 각각 7억 6000만달러와 5억 9000만달러를 거뒀다.
이번 실적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관련 투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의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며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며 더 많은 모델 개발사와 더 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버블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는데 우리의 관점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우리는 AI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섰고 AI는 모든 곳에 있으며 모든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컨콜에서 황 CEO는 내년 말까지 블랙웰과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의 매출이 총 5000억달러(약 734조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500억달러를 넘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해당 로드맵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AI 인프라 시장이 3~4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퍼의 경우 데이터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5%정도였는데 블랙웰은 30% 내외, 루빈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내년 말부터 루빈 플랫폼을 본격 확장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고성능 AI 가속기 수요 증가에 발맞춰 엔비디아 공급망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황 CEO는 "TSMC와 메모리 공급업체들과 계획을 아주 잘 세우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최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파트너들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하반기 '루빈' 본격 출시…삼성·SK, 생산능력 확대 박차
엔비디아가 일부에서 제기된 AI 거품론을 불식시키면서 이 기업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HBM3E 12단 제품(5세대)이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3년 만에 D램 1위 자리를 경쟁사 SK하이닉스에게 내줬다. 다만 최근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하면서 시장의 리더십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CFM)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4.8%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34.4%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CFM은 "3분기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85% 증가했고 범용 제품의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체 D램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분기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약 17조 3551억원의 매출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는 회사 전체 매출(64조3200억원)의 27%에 달하는 수치다.
엔비디아는 내년 하반기 이후 주력 AI 가속기를 블랙웰에서 루빈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루빈에는 HBM4 12단 제품이 8개 탑재되는데 이 시기 HBM 시장의 주류도 HBM3E에서 HBM4로 세대교체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HBM4의 가격은 전작 대비 5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의 출시 6~7개월 전 HBM 납품이 완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상반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후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대비 4100원(4.25%) 높아진 10만6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원 위에서 거래를 마친 건 지난 17일(10만600원) 이후 3거래일 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9000원(1.60%) 높아진 57만1000원에 거래됐다.
AI칩의 견조한 수요를 확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능력 확충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건설을 재개했다. P5는 HBM과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SK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최대 600조원을 투입하며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클러스터에는 팹(공장) 4기가 구축될 예정이다. 팹 1기는 최근 완공한 청주 M15X 팹 6기와 맞먹는 규모로 총 4기가 완공되면 HBM 생산 능력은 최소 24배로 커질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루빈에 탑재될 HBM4는 경쟁사 재설계 이슈로 내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 공급 점유율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 HBM4 공급 점유율은 최대 40%까지 확대가 예상되고 2026년 삼성전자 HBM 출하량도 전년 대비 2.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