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차바이오 빅딜] 대주주에 차케어스·차AI…디지털헬스 중심축 이동

2025-11-20     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차바이오텍,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차바이오그룹이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를 카카오헬스케어 인수 구조의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헬스 주도권을 계열사 체제로 이관하고 있다. 본사가 아닌 계열사 2곳이 공동 대주주가 되는 방식에 대해 그룹이 병원 운영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묶어 '커넥티드 헬스케어' 전략을 가속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비핵심 계열사 정리까지 병행되고 있어 디지털헬스 중심으로 조직의 축을 재편하려는 흐름은 뚜렷하다. 다만 병원, AI, 플랫폼 기능이 서로 다른 법인에 분산된 만큼 향후 통합·조정 방식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계열사 중심 카카오헬스 인수 구조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는 이번 거래로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43.08%를 공동으로 확보해 대주주에 오른다. 차바이오텍은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차케어스에 출자하고, 두 계열사는 주식 매수나 유증 참여 방식의 패키지딜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공시에서는 법적 합병이나 조직통합 계획이 명시되지 않은 가운데 외부 투자자의 참여로 지분구조가 '3자 구도'로 재편되는 점이 확인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주체가 본사가 아닌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인 것과 관련해 '차바이오그룹이 디지털헬스케어 주도권을 계열사 체제로 이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병원 운영 실무를 담당하는 차케어스와 AI·데이터 기반의 기술 조직인 차AI헬스케어가 동시에 대주주가 되는 방식은 그룹 차원의 디지털헬스 사업축을 본사 밖으로 분리·재배치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특히 두 조직이 각각 병원·시설 운영과 데이터·AI 개발을 맡고 있다는 점은 카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기능 결합의 필요성이 구조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계열사 중심의 재편은 최근 차바이오그룹이 비핵심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솔리더스 등 일부 계열사의 매각 추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카카오헬스케어의 대주주 지위를 계열사로 넘긴 것은 그룹 중기전략의 축을 '병원-데이터-플랫폼' 삼각체제로 압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구조는 디지털헬스 역량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조직을 계열사 레벨에서 재정비하고 향후 기능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선제 작업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열사 중심의 배치를 차바이오그룹이 디지털헬스 사업을 독립시키려는 장기 구상의 연장선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차케어스는 그룹 내 병원·의료시설 운영의 실무를, 차AI헬스케어는 데이터·AI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두 조직이 카카오헬스케어와의 연계에서 실질적인 시행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사보다 현장 기반의 계열사를 전면에 세우는 방식이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와 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연결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분산된 법인이 만든 통합 리스크

그러나 통합운영 과정에서 조정·중복 이슈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병원, AI, 플랫폼 기능이 세 법인으로 분리된 채 대주주 체제가 만들어진 데 따른 반응이다. 기능별 조직이 서로 다른 계열사에 배치된 구조로는 의사결정 체계가 일원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서비스 개발 △기술표준 △데이터 운영 등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법적 주체가 분산된 것은 초기 안정화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헬스 사업의 특성상 병원 네트워크와 데이터·AI 기능의 결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직통합에 대한 불확실성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공시상 세 조직 간 합병이나 흡수 계획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커넥티드 헬스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병원 운영 △데이터 처리 △플랫폼 기술 등의 분절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영권 확보 이후의 차케어스, 차AI헬스케어, 카카오헬스케어 간 기능 통합이나 조직재편 가능성이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지적된다. 다만 법적 절차나 지분조정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구조 변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외부 투자자 역시 지배구조 조율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소다. 카카오헬스케어는 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가 예정돼 있다. 이는 향후 3자 간 이해관계 조정이 사업전략 수립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특히 디지털헬스 사업은 데이터 표준화와 플랫폼 방향성처럼 장기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라 대주주들이 우선순위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구조적 복합성은 사업 추진 속도와 핵심 서비스 실행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기존 조직과 차바이오그룹의 병원·AI 조직 간 실무 통합도 초기의 난제로 지목된다. 의료 데이터 처리, AI모델 개발, 병원 현장 운영 등은 각각 전문성과 규제 환경이 다른 영역이라 업무 방식, 서비스 정의, 개발체계 등에서 충돌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헬스케어는 자체 플랫폼 기반의 기술 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차바이오그룹 업무 방식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무적 안정이 지연될 경우 초기 시너지 창출 기대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통합전략의 방향성을 면밀히 지켜보는 상황이다.

 

커넥티드 헬스케어 전략의 향방은

카카오헬스케어 인수 이후 차바이오그룹은 병원 네트워크와 데이터·AI·플랫폼을 하나의 서비스 동선으로 연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차케어스의 병원 운영 인프라와 차AI헬스케어의 기술 역량이 플랫폼인 카카오헬스케어와 연동될 경우 △의료 데이터 기반 서비스 고도화 △병원 진료·검사 연동 △AI 기반 예후 예측 등 통합 서비스의 확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지분 취득이 아니라 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체계를 재설계하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적용가능한 커넥티드 헬스케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차바이오그룹이 보유한 미국·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병원 네트워크와 카카오헬스케어의 디지털 플랫폼 간 결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그룹 내 병원 사업은 해외 거점에서 가속화되고 있어 플랫폼과 AI기술이 이 네트워크에 적용될 경우 원격 모니터링과 건강 데이터 기반의 관리 모델을 비롯한 부가서비스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헬스케어가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관문이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다만 그룹 내 계열사 간 역할 재정립과 데이터, AI, 의료 서비스 간 연결성 확보는 선결과제다. 특히 병원 현장의 진료 프로세스와 플랫폼 기반의 소비자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데이터 활용 기준, 기술 개발 로드맵, 의료기관 협업 방식 등이 정교하게 조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차바이오그룹이 서비스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디지털헬스 사업의 주도권을 계열사 체제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다질 수 있을지를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이번 딜의 목적을 계열사들의 디지털헬스 사업 역량 강화에 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에 디지털헬스 주도권을 넘긴 것이 아니라 기존에 헬스케어 사업을 하던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가 전략적 협력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차바이오텍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연구개발(R&D)을 핵심 사업으로 삼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조직통합 여부, 그룹 내 카카오헬스케어의 기능 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은 추후에 결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