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보험금 예실차 4분기 연속 적자…과거 판매 상품에 발목 잡히나
생명보험 업계 1위 회사인 삼성생명의 보험금 예실차가 과거 판매한 장기 계약군(레거시)의 보험금 지급 부담의 영향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예상보다 유지율이 높은 장기 보장성 계약이 보험금 지급을 늘리며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3분기 보험금 예실차는 9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누적 적자가 1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부진이 올해에도 반복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사업비 예실차로 146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일정 부분 보완하고 있으나 전체 추세를 뒤집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과거 판매된 레거시 유지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점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신회계제도(IFRS17) 전환 당시 과거 계약을 현재 가치로 재평가해 분류한 그룹(블록)에서 예실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 판매한 건강보험과 1990년대의 연금보험이 예상보다 계약 유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험금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확대분에는 일회성 요인도 포함돼 있으며 연말 손해율 가정 변경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 조정 폭은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삼성생명의 예실차 부담이 이어지고 있지만 CSM 기반의 성장세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CSM은 전환 이후 자연 감소하는 특성이 있어 신계약의 질적 성장이 향후 CSM 순증의 핵심"이라며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과 수익성 중심의 신상품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기준 신계약 CSM 2조2978억원을 확보했다. 이 중 건강보험 CSM은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한 1조7517억원으로 신계약 성장을 견인했다. 신계약 CSM 배수는 전체 월납 초회보험료 대비 11.5배, 건강보험 기준 16.8배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부문은 고객 수요에 맞춰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위험률 개발, 건강 상태별 할인 구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 기능을 중심으로 상품 구조를 조정해 적정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업 채널 강화 작업도 CSM 확대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된다. 전속 설계사(FC) 조직은 4만2096명으로 확대됐고 판매 교육 수준과 업무환경 개선을 병행하며 생산성과 정착률을 높이고 있다. 비전속 채널 시장에서는 보험대리점(GA) 채널 확장을 지속하며 판매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삼성생명의 보유 CSM은 3분기 말 기준 14조470억원을 기록했다. 연초(12조9020억원) 대비 1조1450억원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성장 여력이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보유 CSM은 회사의 핵심 관리 지표(KPI)"라며 "건강·종신 중심의 신계약 확보, 해지율 관리 강화, 보험금 지급 효율화 등을 기반으로 CSM의 우상향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