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AI 시대’ 한국형 VFX 생존법
인공지능(AI)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I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 침투해 일상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관련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적용되는 업무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AI의 영리함에 감탄하는 동시에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끼고 있다.
AI는 현재 단순업무 위주로 활용되지만, 점차 복잡하고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생각지 못했던 지점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특히 그래픽디자인이나 영상콘텐츠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며 변화를 초래한 가운데 관련 산업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찾아왔다. 영상 시장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담당하는 시각특수효과(VFX) 산업도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국내 VFX 산업은 영화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 전후로 등장한 1세대 VFX 아티스트들은 오랜 경력을 기반으로 산업을 키웠다. 당시에는 모팩스튜디오과 EON디지털필름 등을 설립한 1세대 전문가들이 국내 시장을 형성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분리·독립돼 자이언트스텝, 덱스터스튜디오, M83, 위지윅스튜디오 등으로 기업이 확장됐다.
VFX 산업은 영화를 비롯해 광고,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한때 새로운 메타버스 시장의 수혜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다양한 영상콘텐츠 수요가 커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이 같은 기대를 안고 코스닥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성적표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VFX 상장사 중 아직 적자를 내는 곳이 더 많은 상황이다. 매출 비중이 높았던 영화산업이 침체되면서 VFX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AI기술이 급성장하며 VFX 아티스트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반인도 AI로 간단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거대한 변화의 와중에 VFX 기업은 생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초기에는 아티스트들의 거부감이 컸지만, 이제는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FX 제작 파이프라인에 AI를 1~9까지 활용하고 마지막 1을 아티스트가 마무리하는 방식”이라면서 “노동집약적 사업인 VFX에 AI툴을 활용하니 인력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K팝으로 주목받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상승세를 기회로 삼아 사업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전시공간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부터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선 기업,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까지 각각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팩스튜디오와 자이언트스텝은 최근 미국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중심의 협업 체계를 꾸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전시작업, 엔터테인먼트사와의 공연 협업 등 새로운 사업 라인업을 마련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자회사 플래시백그라운드를 통해 몰입형 미디어아트 부문에 진출했다.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선보인 영상기술을 현실 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 상장한 M83은 종합 콘텐츠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M&A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변수도 많다. 그럼에도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긍정적인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