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⑮ 박윤영, B2B 전문성으로 칠전팔기 도전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은 KT 대표이사 선정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박 전 사장은 이번 KT 대표 후보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 도전이다. 그는 2019년 대표 후보 경선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3년 초 구 전 대표의 연임 포기로 시작된 새 대표를 선임 절차 때는 최종 후보 자리를 놓고 윤경림 전 KT 사장과 경합했다. 그해 8월 KT가 한 차례 외풍을 겪은 뒤 다시 대표 후보를 선정할 때도 윤 전 사장이 거론됐다.
박 전 사장은 KT 그룹에서 30년 이상 재직한 정통 'KT맨'이다. 주로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통신에 클라우드·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사업을 키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B2B 역량 주목
박 전 사장은 2020년 구 전 대표 체제에서 기업부문장을 맡아 디지털 전환(DX) 사업을 이끌었다. 당시 구 전 대표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으로 AI, 클라우드, 데이터 등 신사업을 찾았다. 내수 시장 위주인 통신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클라우드, AI콜센터(AI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스마트팩토리 등 DX 수요가 높아진 시장 상황도 고려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스마트팩토리 등 5G B2B 상용화 모델 발굴, 현대로보틱스 등 산업용 로봇 시장 파트너와의 협력 등을 이끌었다.
디지코는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컴퍼니' 전략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 체제에서 디지털 물류, 대체불가토큰(NFT), 태양광 등 저수익을 이유로 축소·종료된 B2B 사업도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IDC, AICC 등 수요 높은 B2B 사업은 지속됐다. 특히 AI가 대부분 시장에서 중요해진 뒤엔 KT 내에서 B2B 사업 위상도 더 높아졌다. KT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버티컬 AI,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실었다.
KT는 B2B 사업인 기업서비스 분야에서 분기마다 9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은 9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다. 주요 기업서비스 매출원인 기업인터넷·데이터 매출은 3293억원, AI·IT 매출은 2943억원이다. AI·IT 사업은 AICC, 클라우드, 스마트모빌리티 등 AX(인공지능 전환)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KT는 지난해 제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대표 교체와 무관하게 B2B 사업 확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KT는 2028년까지 연결 자기자본이익률(ROE) 9~10% 달성할 것을 시장 참여자들과 약속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AI·클라우드 매출을 2023년 대비 3배로 키워야 한다. KT는 AI·클라우드 매출은 기업서비스 실적에 포함되는데, 2023년 연결기준 연간 기업서비스 매출은 3조4604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서비스는 기업인터넷, 기업메시지 등이 포함돼 있어 정확한 AI·클라우드 매출은 아니지만,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KT 정체성은 '통신'
B2B 사업에 집중된 박 전 사장의 역량은 KT 차기 대표 후보로서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KT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구 전 대표가 차기 대표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KT는 AI 기업이기 이전에,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기업"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KT의 본업이 통신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적에서도 두드러진다. 3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의 전체 연결 매출 대비 비중은 13%에 그쳤고, 실적 대부분을 유무선 통신이 이끌었다.
한편으로 박 전 사장은 1992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KT에서 30년 이상 몸 담았기 때문에 회사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간통신사는 KT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고려할 점이 많고, 소유분산구조 영향으로 이사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회사를 잘 아는 내부 출신 인물은 대내외 주요 요인과 조직 구조를 인지하고 취임 초기 경영 혼란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 기업사업부문장을 거쳐 통신 외 B2B 사업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했다. KT 차기 대표 후보군은 박 전 사장을 포함한 33인으로 구성됐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말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