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2500억 고배당 논란.. 트레이더스 급성장에 판도 흔들리나
코스트코코리아가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2500억원의 배당금을 미국 본사에 송금하며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높은 연회비 인상과 경쟁사의 부진 등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사회환원은 미미해 국내 시장을 ‘수익회수’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연매출 4조원 돌파를 앞둔 후발주자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장이 한국 시장에서 코스트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제28기(2024년 9월~2025년 8월) 배당금을 전년 대비 66.7% 급증한 2500억원으로 책정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은 전액 미국으로 보내진다. 1998년 국내 진출 이후 현재 전국에서 19개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본국에 대거 회수되는 모양새다.
외형 성장은 배당 확대의 명분이 됐다. 매출은 7조3219억원, 영업이익은 2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1%, 16.5% 증가했다. 고물가에도 '매출 7조클럽'에 가입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1998년 5월26일 설립된 코스트코코리아는 국내 20개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배당 규모가 회사의 '순이익 체력'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당기순이익은 2062억원으로 전년(2240억원)보다 오히려 8% 뒷걸음질했다. 이익이 줄었지만 회사는 배당금을 1000억원이나 늘려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약 438억원 많은 금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121.2%로 전년(67%)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경영 자신감'
고배당 기조와 관련해 코스트코 본사가 한국 시장을 현금창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데 비해 수년간 사회적 기여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금은 14억원으로 순이익의 0.68%에 불과하며 전년(0.55%) 대비로는 0.13%p 오르는 데 그쳤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코리아가 ‘고배당·저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연회비 기반의 안정적인 ‘충성 고객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트코코리아가 5월에 인상한 국내 멤버십 연회비는 최대 15.2%로 직전의 미국·캐나다 연회비 인상률(8.3%)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에 ‘한국 시장 홀대’ 논란이 일었지만 고객 이탈은 미미했고 오히려 수익성이 강화됐다.
경쟁사들이 부진했던 시장 환경도 코스트코의 독주를 부채질했다. 롯데마트는 2012년 코스트코를 견제하기 위해 ‘빅(VIC)마켓(현 맥스)'을 출범시켰지만 성장세가 낮아 신규 출점이 멈춘 상태다. 업계 2위를 놓고 경쟁하던 홈플러스 역시 기업회생절차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동력을 상실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매출은 약 6조9920억원으로 코스트코(6조5300억원)를 앞섰지만, 올해는 사업 축소 등의 여파로 매출이 역전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커클랜드', 트레이더스는 'T스탠다드'라는 강력한 자체브랜드(PB) 경쟁력을 확보한 것과 달리 롯데마트의 '맥스'는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며 “코스트코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어온 만큼 논란이 불거져도 고배당 정책과 낮은 사회환원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더스, '규모의 경제'로 코스트코 턱밑 추격
견고해 보이는 코스트코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가 지정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공격적인 점포 확장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은 3조5495억원으로 코스트코의 절반 수준이지만 올해 4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올해 마곡점과 구월점을 연이어 오픈한 트레이더스는 올 3분기 총매출 1조원(약 1조4억원)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3개 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7.2% 급증한 1127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트레이더스의 점포 확장은 외형 성장을 넘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매출 상승은 매입 물량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제조사와의 단가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결과적으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구축해 코스트코가 누리는 '규모의 경제' 효과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 대비되는 강점을 중심으로 시장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회원제를 고수하는 코스트코와 달리 트레이더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창고형 마트’를 표방해 일반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상품기획(MD)에서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대용량 위주인 코스트코보다 상대적으로 소포장인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신선식품 및 가공식품 비중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PB인 T스탠다드 역시 이 같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T스탠다드는 생필품, 트렌드 상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핵심 기능에 집중해 품질을 높이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트레이더스만의 대단량 운영, 저마진 정책, 대량매입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