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⑯ 밸류업 불확실성 해소될까…차기 CEO 실행력 '관건'
KT가 다시 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KT가 김영섭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제기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점검 자료를 공시하며 2028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9~10% 달성과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매출 비중 19% 달성, 4년간 1조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기존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지난해 말 연결기준 ROE가 6.9%(일회성 비용 1조원 제외)에 그쳐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과거 KT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마다 전임 대표의 핵심 사업을 대규모로 청산하는 이른바 '빅배스' 전략이 반복됐던 만큼 차기 CEO의 실행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KT는 이달 11일 공시에서 '자본비용을 고려해 2028년 ROE 목표 9~10%를 유지한다'며 '중기 ROE 목표 달성을 위한 AICT 매출 성장, 수익성 제고, 비핵심자산 유동화,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 대비 AICT 매출 비중을 3배로 늘려 19% 이상 달성하고, 연결 영업이익률도 9%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2025~2028년 누적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공시는 KT가 지난해 11월5일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후 세 번째다. KT는 올해 5월8일 이행 현황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계획을 점검하며 목표를 한 번도 수정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난해 첫 발표와 비교해도 ROE 목표(9~10%), AICT 매출 비중 목표(19% 이상), 자사주 소각 규모(4년간 1조원) 모두 동일하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CEO 교체에 따른 목표 조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KT가 이처럼 서둘러 입장을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김 대표의 연임 포기 발표 직후 자본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달 4일 이사회에서 연임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KT는 곧바로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새 CEO 체제 출범 이후에도 기존 경영전략이 유지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확산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가 추진해온 AICT 전환 전략과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차기 CEO에게도 계승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과거 2009년과 2014년에는 빅배스에 따른 실적 충격이 기업가치에 단기적으로 타격을 준 사례가 있다. 신임 CEO가 전임자 시절에 발생한 부실과 잠재적 손실을 대거 회계상 손실로 처리해 나쁜 성적표를 한 번에 정리한 뒤 이듬해 깨끗한 출발선에서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었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당시 약 6000명을 감원했고 2014년 황창규 전 회장 시절에는 8300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다만 2023년 김 대표 취임 이후에는 빅배스가 관찰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추진해온 AICT 전환 전략은 차기 체제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KT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와의 파트너십도 이미 계약된 건이기 때문에 신임 CEO가 독단적으로 철수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AI와 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방향성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AI·IT 매출 비중도 2023년 6%에서 2024년 7%로 꾸준히 성장했다. 전략의 지속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공격적 주주환원 정책 역시 이사회 차원에서 결정된 만큼 CEO 교체와 무관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의 성적표는 목표에 못 미친다. 지난해 연결기준 ROE는 6.9%로 2028년 목표인 9~10%를 달성하려면 2~3%p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AI·IT 매출 비중도 2025년 3분기 기준 7%다. 2028년 목표 19%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3년간 매년 4%p 이상씩 비중을 늘려야 한다.
또 차기 CEO가 ROE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KT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10.5%를 기록했다. 하지만 목표인 9%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저수익 사업 정리와 AICT 사업 확대를 가속해야 한다. KT는 이미 헬스케어, 물류 솔루션 등 23개 저성장 사업을 합리화하고 스마트시티 등 16개 저수익 사업의 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본효율화도 지속한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이라 이익 증가 못지않게 자본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KT가 4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2025년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소각은 외국인 지분한도(49%)에 여유가 생기는 시점에 시행할 예정이다. 비핵심자산 유동화로 자산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KT는 통신3사 중 비핵심자산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이를 이용해 ROE를 제고할 여지가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