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 업계, 묵혔던 '규제 완화'에 반색…기대 효과 살펴보니
여신금융 업계가 수년째 요구해 온 각종 규제 개편이 구체적인 현실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캐피털사들이 관련 규제에 묶였던 통신판매업 제한과 렌탈 취급 한도 규제가 완화될 관측이 주를 이룬 가운데, 자동차금융·모빌리티·렌탈 시장 전반이 재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21일 현재 금융당국은 여신업권 규제 정비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점은 두 가지로 캐피털사의 온라인 직접 판매를 제한해 온 통신판매업 허용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렌탈자산이 리스자산보다 많아질 수 없도록 한 렌탈 취급 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을 살피는 것이다.
통신판매업 허용 여부는 캐피털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현재 캐피털사는 자동차금융을 판매하면서도 소비자가 앱이나 웹에서 직접 가입하도록 만들 수 없다. 이용자는 여전히 오프라인 지점이나 대리점을 거쳐야 하고, 기업은 디지털 채널에서 고객 행동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규제가 완화되면 캐피털사의 모바일 앱·웹 한 곳에서 금융상품–차량 구독–렌탈–정비·세차–보험–결제 서비스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소비자는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의 비교·가입이 쉬워지고, 정비·세차 등 중소 사업자들도 디지털 유통망에 편입돼 판로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동차금융 시장의 이용자 경험을 통째로 바꾸는 변화'라고 본다. 렌탈 취급 규제 완화는 업권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 변수다. 지금의 규제는 캐피털사가 렌탈 사업을 확대해도 자산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을 수 없도록 막아 '리스 중심' 구조를 고착시킨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렌탈·구독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확산, 차량 소유 방식 변화, 월 구독형 모델 증가가 겹치면서 렌탈 기반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캐피털사는 규제로 인해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왔다.
캐피털사 한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은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자산 비중 규제는 과거 구조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며 "한도가 완화되면 전기차 구독, 가전 렌탈, 장기 이용 기반의 보험·정비 패키지 등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측면에서 렌탈과 리스의 차이에 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비영업용 차량을 리스로 이용할 경우 배기량과 관계없이 자동차세 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영업용으로 분류되는 렌트 차량에는 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지방교육세 역시 리스 차량은 자동차세의 30%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반면, 렌트 차량은 영업용 차량에 적용되는 면제·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취득세·공채 매입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비용 구조에서 렌탈의 경쟁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변화는 상품 혁신 경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 단위 구독형 자동차금융, 전기차·하이브리드 전용 금융, 차량 데이터 기반 맞춤형 신용평가, 정비·보험 결합 패키지 등 그동안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쉽지 않았던 모델들이 다시 사업 검토 단계에 올라올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구매–관리–결제–금융을 하나의 앱에서 구현하는 '모빌리티 금융 플랫폼'은 통신·제조·정비 업종까지 연계되는 구조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여신업계는 이번 논의가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물린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제조업·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과, 캐피털사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규제 개편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정비가 속도를 내면 소비자 접근성과 산업 연계성이 동시에 강화될 것"이라며 "여신 업권의 역할이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실물경제 플랫폼의 일부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위 같은 내용과 관련, 전날 카드·캐피털·신기술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