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K소주 도수 기준 완화… 하이트진로·롯데칠성 실적 반전 신호탄
K소주의 말레이시아 수출에 걸림돌이었던 '16도' 알코올 기준이 3년 만에 완화됐다. 이에 따라 현지 전용 제품 생산에 따른 비효율성이 해소되고 과일소주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비되면서 생산단가 절감과 유통효율 향상이 기대된다. 내수부진에 시달려온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주류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아세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최근 소주와 탁주의 알코올 도수 하한선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소주의 기준도수는 기존 16% 이상에서 10% 이상, 탁주는 12~20%에서 3% 이상으로 하향조정됐다. 시행일은 2026년 4월 1일부터다.
이는 한국 소주가 ‘Soju’라는 명칭으로 현지 법령상 독립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공식 인정됐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말레이시아 식품 규정에서는 한국 소주가 일본식 이름인 ‘쇼추(Shochu)'와 혼용돼 표기돼왔다.
말레이시아는 국내 주류사들이 꾸준히 공을 들여온 시장이지만, 2022년 현지 당국이 알코올 도수를 16% 이상으로 규정하면서 수출이 크게 제약됐다. 16% 이상의 일반소주는 통관에 문제가 없지만 저도수인 과일소주(12~13도)와 막걸리(6도)는 '기준미달'로 분류돼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식약처는 업계 및 주말레이시아대사관과 협력해 규제완화 협의를 이어왔고 3년 만에 개정안을 이끌어냈다.
국내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알코올 도수 12도인 ‘순하리’를 말레이시아 기준에 맞춘 16도로 별도 개발해 판매해왔다. 하이트진로는 일반소주 중심의 공급과 다양한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다만 현지맞춤형 제품 개발은 생산성과 재고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한정적이어서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로 별도 공정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단가절감과 유통효율 개선이 기대된다.
정체성 확립과 함께 규제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내수시장이 사실상 정체되면서 성장여력이 큰 해외 시장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3분기 하이트진로는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2.5% 급감했고 순이익도 2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매출은 5.3% 감소했지만 글로벌 부문에서는 매출이 9.5%, 영업이익은 44.8% 급증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개정 규정 시행에 맞춰 12도 순하리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수출 중인 4종 외에도 다양한 과일맛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일소주 통관에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말레이시아 내 K컬처 확산으로 레귤러소주 전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일소주를 포함한 JINRO 전 라인업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은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