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中 합작공장 지분 재편' 숨은 의미는

2025-11-21     최지원 기자
단방향 각형 셀 전압을 측정 중인 SK온 연구원 /사진 제공=SK온

 

SK온이 중국에서 운영하던 합작공장 2곳의 지분을 재배치하며 생산거점을 옌청 중심으로 개편한다. 본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생산효율을 극대화하고 중국 사업의 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조치로 옌청공장은 SK온 중국 전략의 경영축으로 부상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0일 공시에서 자회사 SK온이 광둥성 후이저우 합작법인(EUE) 지분 49%를 전량 매각하고 장쑤성 옌청 합작법인(SKOJ) 지분 30%를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중국 EVE에너지와 지분 스와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분가치 차이에 따라 EVE는 SK온에 2억위안(약 380억원)을 추가 지급하게 된다.

이번 스와프로 옌청 SKOJ는 SK온이 지분을 100% 확보하는 단독법인으로 전환되고 후이저우 EUE는 EVE가 전량을 보유하게 된다. SK온과 EVE가 공동운영하던 중국의 두 생산거점이 각각 단독체제로 분리되며 명확한 역할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옌청공장은 SK온 입장에서 전략적 의미가 특히 크다. SKOJ의 연간 생산능력은 27GWh로 중형 전기자동차 약 36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SK온이 단독운영하는 인근 SKOY 공장(연 33GWh)이 더해지면서 옌청 지역에만 총 60GWh의 초대형 배터리 생산 벨트가 완성된다. 단일지역에 이 같은 대량 생산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글로벌 배터리 업체는 중국 내에서도 드물다.

SK온이 옌청을 선택한 배경도 이 대목과 연결된다. 생산능력이 우수한 최신 라인을 한 곳에 묶어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고 자재조달·생산계획·품질관리 등 전 영역에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 큰 규모가 더욱 안정적인 가동률과 낮은 원가로 이어지는 것이 배터리 제조업의 구조적 특성이기도 하다.

또 SKOJ가 100% 종속기업이 되면서 SK온은 생산·투자·라인전환 등 주요 결정에서 단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게 됐다. 합작체제에서는 증설이나 설비조정 시 파트너사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단독체제에서는 수요변화나 기술 트렌드에 맞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SK온 미국 조지아공장(SKBA)이 단독운영되며 수율개선과 원가절감을 빠르게 달성했던 경험도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한다.

반면 EUE은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EUE의 매출은 지난해 1조7778억원에서 올해 7501억원으로 절반 이하까지 감소했다. 순이익도 364억원으로 둔화됐다. 올해 실적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매출·이익 모두 뚜렷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실적둔화가 SK온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온의 EUE 지분율은 49%에 그쳐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즉 이 공장에서 고정비·관리비가 꾸준히 발생해도 SK온의 손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이에 재무적 실익이 뚜렷하지 않은 비연결 합작공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적 요인도 있었다. 광둥성 후이저우는 중국 내 중저가·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태계가 빠르게 확산되는 지역으로,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중고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SK온의 사업 방향성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다. 합작체제의 특성상 SK온이 생산품질·원가·가동률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온이 중국 내 생산체계를 옌청 중심으로 단일화한 것은 비용·품질·운영효율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EVE 역시 후이저우 지역의 로컬 생태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양사 간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