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GM] 비자레알 사장, 캐딜락 전념하다 '쉐보레' 성장 놓쳤다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은 2023년 8월 취임 이후 쉐보레 브랜드 국내 판매 증가를 유도할 신차 개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방안이 장기화될 경우 노사간의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GM 한국사업장이 집계한 올 1~10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8% 감소한 1만2979대에 불과하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해외 판매량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23만6489대를 기록하며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내수 판매 꼴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서 쉐보레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는 GM 한국사업장의 판매 감소 원인은 신차 부재다. 비자레알 사장은 2023년 8월 취임 이후 현장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새로운 신차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은 내놓지 못했다.
그는 2024년 2월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쉐보레 콜로라도 △캐딜락 XT4 △캐딜락 리릭 △쉐보레 이쿼녹스 EV 등 4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두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차량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GM 한국사업장 생산 효율화를 위한 별도의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이쿼녹스 EV는 1년 9개월째 국내 출시가 이뤄지지 않아 ‘거짓말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국내 생산 신차 부재의 영향으로 GM 한국사업장의 2024년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5.9% 감소한 2만4824대에 그쳤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1.2% 감소한 1만8634대로 2만대 선을 넘지 못했고 트레일블레이저는 43.4% 감소한 4260대를 기록했다. 수입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전년 대비 77.9% 감소한 368대에 불과해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자레알 사장은 4월 경기도 광명에서 열린 신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출시 행사와 이달 20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에스컬레이드 IQ 출시 행사 등 두 차례 이상의 미디어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에서 차량 홍보를 위한 발언을 준비해 기자들에게 전했지만 질의응답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는 2024년 2월 신년 기자 간담회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업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자레알 사장이 5월과 8월 창원공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된 것은 방문 사진뿐이며, 실제 논의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미디어에 추가적으로 공개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쉐보레 국내 판매량이 지지부진하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9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했다. 안규백 한국지엠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래차 전환 계획과 신차 프로젝트 부재, 외국인 사장의 임기 한계 등으로 장기 비전이 결여됐다”며 “사측은 노사 신뢰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한국지엠지부에 사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협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지부는 또 20일 GM 한국사업장의 2대 주주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안 비대위원장과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은 “GM 한국사업장의 2대 주주로서 주주권 행사와 역할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캐딜락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21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캐딜락의 1~10월 국내 판매량은 614대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지만 BMW(6만4015대), 렉서스(1만2855대), 링컨(1016대)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가격이 1억원이 넘는 에스컬레이드와 리릭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