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탁매매 재편]①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플랫폼 우위...첨병 역할은?
미래에셋증권이 위탁매매 재편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경쟁이 사실상 소멸한 뒤 시장의 중심축이 상품·계좌·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기반과 장기계좌 구조가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자양분이 됐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투자 흐름 변화로 위탁매매 경쟁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국내 거래대금도 반등하면서 고객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플랫폼·계좌 환경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계좌·플랫폼 제도 정비도 더해지며 증권사 간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위탁매매 수수료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국내주식은 4bp(1bp=0.01%p), 해외는 8bp 안팎까지 낮아져 가격만으로 고객을 잡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고객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퇴직연금(DC·IRP) 보유 여부, 공모주·소수단위 매매 서비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성 등 비가격 요인을 중심으로 증권사를 고르고 있다.
결국 핵심 경쟁력은 '고객 잔고를 얼마나 오래 붙잡는가'로 귀결된다. 이 지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이 두각을 나타낸다. 회사는 연금·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해 왔고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장기계좌 기반을 갖추고 있다.
장기계좌는 이동 비용이 높아 고객 이탈률이 낮고 국내·해외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데 유리하다. 최근 개편한 MTS·HTS도 국내외 투자와 연금자산을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목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고객 경험'이며 고객 친화적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반 종목 추천, 맞춤형 공시, 미국 주식 급등락 원인 분석 등 개인화된 투자정보를 MTS 'M-STOCK'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실시간 맞춤형 알림 기능도 강화해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거래 증가세 역시 미래에셋증권에 유리한 요인이다. 회사는 미국·홍콩·영국·인도 등 11개 해외법인을 운영하며 글로벌 브로커리지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왔다. 올해 3분기 중개수수료 수익은 263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2% 늘었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도 918억원으로 증가했다. 해외 자회사 세전이익은 연결 세전이익의 20%대를 차지하며 수익기반 다각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별도 영업이익은 8040억원, 순이익은 395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주식 투자 확대와 투자심리 회복으로 중개수수료와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모두 증가하며 운용부문의 부침을 상쇄했다.
업계 최초로 취득한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도 위탁매매 경쟁구도와 맞닿아 있다.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에 이어 장기 고객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업계 대비 큰 편으로 일부 오피스·호텔 자산군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 1~2년간 손상차손을 대거 반영하며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냈고, 9월 말 기준 순요주의이하자산/자기자본 비율도 4%대 초반으로 안정적이다.
수수료 경쟁 이후 위탁매매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장기계좌·해외 인프라·플랫폼 경쟁력을 축으로 '비가격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위탁매매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이러한 우위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업계 경쟁 구도를 가를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국내주식 대체거래소(NXT) 편의성 개선, 글로벌 투자 특화 UI·UX, 마이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 등으로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