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인기에 홈쇼핑이 터졌다… 순금 주문·매출 ‘역대급’

2025-11-21     박재형 기자

경기 불확실성의 장기화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홈쇼핑 업계도 연쇄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골드바와 순금 주얼리 등 금 품목의 주문과 매출이 폭증한 것이다. 금이 생활 밀착형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한 데 따른 영향으로, 주요 업체들은 일제히 관련 방송 편성 확대를 검토하며 노를 젓는 모습이다.

 

금 주문 고공행진

/ 이미지 제작 = 챗GPT

21일 GS샵에 따르면, 올해 11월 중순까지 TV홈쇼핑과 모바일앱 등을 통해 판매된 '제메이스 24K 순금 팔찌', '르비에 24K 순금 반지' 등 주얼리 상품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분기별 신장률은 1분기 305%, 2분기 12%, 3분기 90%에 달했다.

올해 3분기 CJ온스타일의 순금 주문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금 수요를 반영해 지난달 연휴에 진행한 ’아쇼라’ 삼성금거래소 순금 TV라이브에선 주문금액이 목표 대비 736%에 달했으며, 삼금(금목걸이·금반지·금귀걸이) 품목에서만 100억원 넘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홈쇼핑과 KT알파 쇼핑, 현대홈쇼핑 역시 금 인기를 톡톡히 누렸다. 3분기 롯데홈쇼핑의 순금 주얼리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장신구 전체 카테고리의 신장률이 30%였는데, 이를 두 배 이상 웃돌며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10월 팔찌와 목걸이, 골드바를 묶음으로 판매한 방송에서는 1시간 만에 30억원어치가 완판되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KT알파 쇼핑 내 금 상품(18K·24K·골드바)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0%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두 번에 걸친 순금 목걸이 방송에서는 목표치의 160%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현대홈쇼핑도 9~10월 금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안전자산이 최고

KT알파 쇼핑 '24K 순금 주얼리' 판매방송 화면 이미지 / 사진 제공 = KT알파 쇼핑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골드바, 주얼리 겸용 골드 제품 등 실생활과 연결된 투자형 소비가 이어지며 금이 ‘생활 속 재테크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 수요 폭증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지난달 중순 국제 금 가격은 사상 처음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하며 1979년(2차 오일 쇼크)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글로벌 증권가에선 여전히 금 투자 매력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아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4800~5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솟은 금값은 고객당 구매액을 높여 홈쇼핑 전체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5%, 1.6% 증가한 3557억원, 211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홈쇼핑과 KT알파 쇼핑의 매출 신장률도 3.3%, 5.0%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고 지난달 금값 급등으로 주목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금의 인기가 홈쇼핑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홈쇼핑 업계는 이 같은 금 열풍에 힘입어 소비자 접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소비자들이 ‘가치 보존형 자산’으로 금을 찾고 있다”면서 “수급에 어려움이 있지만 관련 방송 편성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